둘째 날(6.30)
아침 7시 50분 경에 J국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죄송합니다, 국장님. 내 마음이 영 허락을 안 하네요’
그러면 자기 대신 자신의 캠코더에 expo 사진을 담아달라는 회신 메시지를 보내왔다.
당초 아침 8시 출발 예정이었으나 기사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40분 정도 늦게 출발했다.
그 사이 혹시 옥향과 마주치지나 않을까하는 마음에 조바심이 컸다.
엑스포
우리는 먼저 중국관을 관람하기로 했다.
사람이 메어터질 만큼 많았다.
중국정부는 엑스포기간 중(2010.5.1~10.31) 7000만에서 1억명 정도가 관람할 것을 추산하고 있으며 들리는 이야기로는 당에서 표를 나누어주며 관람을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관람객 중 외국인이 7% 정도 되고 나머지 93%는 모두 중국인이란다.
사람이 너무 많다보니 줄을 서서 들어가다가는 무엇 하나 제대로 관람할 수 없어 VIP 코스로 입장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미 사전에 모든 것을 예약을 해 놓았으므로 VIP 코스 입장을 요청하였지만 중국관 관계자는 예약리스트에서 우리 일행을 찾아볼 수 없다며 입장을 거절했다.
대한민국 고위급 관료들이 연수를 위해 먼 길 마다않고 찾아왔는데 예약리스트에 없다면서 입장을 거부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황당했다.
결국 우리가 영사관에 전화를 걸어 예약사실을 재확인 시켜 준 후에야 입장이 가능했다.
덕분에 땡볕에서 30분이 넘도록 기다렸는데 그 구체적인 이유나 원인이 무엇인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갑자기 중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생각났다.
그것이 한국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중국인의 오만이 아니었으면 한다.
중국관에서 우리는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발전상을 담은 영상물을 보았다.
중국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대국적 스케일로 웅장하게 그려냈는데 아마도 중국인 관람객에게 가슴 뛰는 감동과 자부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어서 우리는 한국관을 방문했다.
한국관을 들어서는 순간 강한 비트의 역동적 율동이 우리를 사로잡았다.
한국인의 특성 그대로 빠르고 활기 있는 모습들이 어딜 가나 한국관 전체에 배어있다.
한국관의 메인 컨셉은 중국과의 우정, 화합, 협조, 조화, 사랑을 담고 있다.
한국관 대부분의 내용이 중국과 한국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강조하고 있다.
불구의 어린이를 주연으로 마음의 상처를 사랑으로 감싸주면서 서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자는 주제를 한국적 이미지와 공연까지 곁들여 다채로운 영상으로 만들었는데 중국인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박람회 관람자를 살펴보니 대부분 가족단위로 어린이들을 많이 데리고 왔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도 이들에게 당에서 특별 배려가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관은 이들에게 정말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컨셉을 설정했다.
학습심리학에 각인효과라는 것이 있다.
갓 태어난 병아리는 처음 눈을 떴을 때 눈앞에 보이는 것에 친애행동을 보이는데 그게 죽을 때까지 간다.
논리나 이성적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고 무조건적인 친애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설령 어미닭이 아니고 오리나 거위 심지어는 사람이 눈앞에 있어도 이들을 마치 어미닭처럼 쫓아다닌다.
교육효과도 이와 유사해서 어릴 때 경험하고 학습한 것을 대부분 무조건적으로 죽을 때까지 이어간다.
그런데 한국관을 찾는 중국 어린이들에게 한국이 중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우리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를 첨단 IT기술을 이용하여 보여주었으니 이 아이들은 평생을 두고 한국 팬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홍보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이 아이들이 세상의 주역이 되었을 때 나타나기에 20~30년이 넘어서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한국정부가 이 좋은 기회를 살려 중국의 많은 어린이들이 한국관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 줄 것을 제안한다.
중국을 대한민국의 최대 우호국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쉽고 경제적인 방법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는 것은 20~30년 후의 한중관계를 놓치는 것과 같다.
우리는 북한관도 둘러보았다.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초라하다.
한쪽 구석에서는 외화벌이를 위해 북한 화가가 그린 산수화와 자수, 그리고 수 공예품 몇 가지를 팔고 있었는데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상해의 폭염에 허덕이다 그늘을 찾기 위해 찾아든 사람들 말고는 진정 무언가를 학습하거나 즐기기 위해 찾아든 손님은 없는 것 같다.
상해의 날씨는 우리를 숨 막히게 한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더위와 습기가 온 몸을 늘어지게 한다.
몇 곳을 더 둘러보지만 대부분 탈진상태여서 더 이상의 관람은 곤란할 것 같아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발 안마
발이 너무 피곤하므로 돌아가는 길목에 중국의 대표 관광 상품인 발 안마를 받기로 했다.
우리 일행 15명이 모두 한 방에 들어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분홍빛 가운을 입은 젊은 여성들이 나무로 만든 발 목욕통을 들고 우리들 각자의 발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모두가 하나같이 자그마하다.
서로 민족이 다른지 생김새도 다양하다.
발 마사지는 한국 손님들이 많이 찾는 관계로 마사지사들이 한국말을 조금씩 할 줄 알고 몇 마디는 알아듣는다.
하지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내 파트너는 얼굴이 조금 넓적한 사람인데 아마도 몽골 인근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녀를 보는 순간 황석영의 소설 ‘바리데기’가 생각이 났다.
청진 지방 관료의 일곱 자매 중 막내로 태어났으나 내리 일곱을 딸만 낳는 바람에(남아선호사상에 기인한 절망과 한이 어우러져) 산 속에 버려져 생겨난 이름 바리데기.
인명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어서 버려진 그녀를 충성스런 개 칠성이가 되물어 오매 죽는 날까지 지지리 궁상으로 모질고 험한 삶을 살아야 했던 우리 자매 바리.
외삼촌의 월남으로 온 가족이 멸문하고 천신만고 끝에 중국으로 건너 가 국적 없이 숨어 살며 발 마사지를 배워 새로운 삶을 이어갔던 우리의 여동생 바리를 생각하니 가슴이 울컥거렸다.
자그마한 체구에 온 힘을 다해 발안마를 하고 있는 이 여자가 그 한 많은 바리가 아닐까 싶어 자꾸만 가슴이 메어왔다.
발 안마가 끝나고 무좀약을 사면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정치든, 종교든 인간에 대한 사랑이 본질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갈등과 반목, 전쟁이 지구촌 구석구석에 있어 왔다.
말로는 사랑을 찾지만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분노, 갈등, 불신, 반목, 전쟁 따위를 어릴 적부터 보고 듣고 가르쳐 온 결과다.
언젠가 역사의 종말에 서면 사람들은 전쟁도 갈등도 없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맞을 것이다.
그런 세상을 최대한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은 지구촌 모든 아이들이 총이나 칼 또는 그릇된 이념 무장 대신 세상 만물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좀 더 여유 있는 나라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나라와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공무원 사회
김설희 국장님이 공무원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지적한다.
나서기를 꺼려하고 나선 사람 뒷다리 잡는 사회가 공무원 사회란다.
궂은일은 특히 나서지 않으려 하고 누군가가 해주기만을 바라는 사회란다.
이번 연수보고서만 해도 다른 사람들이 나와 관광공사 강순덕여사에게 떠넘긴다.
난 사실 그런 걸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모든 것들도 내게는 모두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인선 절차는 없었지만 장황호 국장이 우리 중국여행팀의 리더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리더로서 적극적 리딩에 소홀한 점이 있다.
그러나 누구하나 직접 불만의 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그에게 농담 반 진담 반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러면서 뒷담화를 들어보면 크고 작은 불만의 소리가 들린다.
참 재미있는 사회다.
김설희 국장은 한마디 더한다.
공무원 사회에선 절대 창의적인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조차 할 수 없단다.
그저 단순하게 해외나 민간에서 검증된 것들만 가져다 쓰려 한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보신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이 왜 공기업에게는 검증도 안 된 이론을 왜 그렇게 획일적으로 지시하거나 도입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똥 싼 놈
저녁식사는 한식집에서 했다.
반주로 백주를 시켰다.
난 세잔이나 마셨다.
자신의 잘못을 좀 더 큰 목소리를 냄으로써 커버하려는 ‘똥 싼 놈’의 행태가 참으로 가증스럽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자기보호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뒤가 구린 놈들은 대체로 언행이 거칠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가 평상시와 다른 언행을 보이면 무언가 구린 것이 숨어있다고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사랑해야 하고 오히려 이를 발판삼아 술도 사고 밥도 사면서 더욱 강한 인간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 >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0702 중국여행 넷째날(졸정원, 소주 공업원구, 항주, 항주 마지막 밤) (7) | 2024.11.21 |
---|---|
20100701 중국여행 세째날(중국요리, 지도자, 락앤락,상해요리, 화웨이) (10) | 2024.11.21 |
20100629 중국여행 첫째 날(상해 첫인상,동방명주타워,임시정부청사,총영사관,정통중국음식,룸살롱,오해와편견,중국에 대한 두가지 견해) (3) | 2024.11.20 |
20100628 윤국장님 영월 전원주택단지 여행 (1) | 2024.11.20 |
20100625 중국 연수 준비에 대한 다른 생각들 (2) | 2024.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