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2 중국여행 넷째날(졸정원, 소주 공업원구, 항주, 항주 마지막 밤)

넷째 날

 

졸정원

 

소주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소주 공업원구 방문 일정이 10시로 잡혀있기 때문에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아침에 졸정원을 들러보기로 했다. 

가이더 말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단장사 왕서방’ 노래의 주인공이 바로 졸정원을 지은 사람이고 졸지에 돈을 많이 벌어들인 졸부가 정원을 지었다고 해서 捽政園이라고 한다는데 사실여부가 약간 의심스럽긴 하다. 

입장권에 적혀진 영어 표기로는 Humble Administrator's Garden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서 맞는 것 같기도 하다. 1509년 처음 건립되어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개인정원인데 그 어느 왕궁보다도 규모가 큰 것으로 보아 그들의 여유로운 삶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은 세간에 소주에서 출생하고 항주에서 자라 광동에서 요리를 먹고 유주에서 죽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긴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부자동네로 유명한 소주에서 태어나 경치 좋은 항주에서 자라고, 못하는 요리가 없다는 광동요리를 즐기다가 관 만들기 좋은 단단한 나무로 유명한 유주에서 죽는다는 것으로 각 지역의 특색을 풍자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소주 공업원구

 

공업원구 招商局 아태처 부처장인 조선족 김연옥이 안내와 통역을 맡고 招商局長이 설명을 해 주었는데 그는 초상국장답게 첫마디부터 15년 후 한국은 세계 최고의 국민소득 국가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가 오는 2050년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1천달러로 일본, 독일 등을 누르고 세계 2위의 부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 한국을 포함시켜 브릭스(BRICKs)로 바꿀 것을 제안하기도 했었는데 아마도 이를 보고 인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소주공업원구는 싱가폴 기업들의 중국진출 거점 확보 필요성과 중국의 외국인 투자유치 및 싱가폴 노하우 획득이라는 이익이 맞아 떨어지면서 1994년 2월 싱가포르와 합작하여 개발하였다.

전철로 상해까지 20분 이내, 남경까지 6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어 일일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육로, 수로, 항공로를 이용하여 전 세계 여러 나라들과 연결이 가능하다.

원구 총면적은 288㎢로 소주시 토지의 3.4%에 해당한다.

주도산업은 LCD, 반도체, PC 등IT업종이 주로 집중되어 있으며 그 외, IC, TFT-LCD, 자동차 및 항공부품 등 분야도 경쟁력 있는 하이테크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입주하고 있다.

입주기업 총수는 14,500여 개이며, 그 중 하이테크 산업 관련 기업이 총 기업수의 60% 이상에 달하고 한국기업은 삼성반도체, 포스코, SK, 두산중공업, 3M, 나노화학, 연의정보, 락앤락, 기업은행 등 등 260여 개 사가 입주해 있다.

주요 투자기업의 국가별 비중은 유럽(25%), 미국(24%), 홍콩, 대만, 마카오가(22%), 일본(10%), 한국(8%), 싱가폴(6%), 기타 국가(5%) 순이다.

중국의 국가 산업정책에 부합되는 외국 투자항목이라면 원구에서 자체로 심사 비준할 수 있다. 

심사비준절차가 공개되어 있고 중앙정부 허가가 면제되며 업무처리의 효율이 높아 통상 3일(working-day)이면 기업설립수속을 마칠 수 있다고 한다.

중국 국무원외사사무실(国务院外事办公室)과 외교부의 권한을 부여 받아 공무(公务)출입국 심사, 공무여권 발급과 주 중국 외국영사관에 비자신청 및 외국인 입국통지서 관리 권한도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면 모든 절차와 법령을 무시하고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중국의 무서운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현상들을 보면 미래학자들이 앞으로 중국이 세계 제1의 패권국가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어놓는 것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리는 초상국장에게 우리 한국기업들이 이와 같은 약속을 믿고 중국에 들어왔으나 당초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사업을 접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를 물었다. 

그는 하나를 잃는 것은 하나만 잃는 것이 아니고 전부를 잃는 것과 같다는 생각으로 당초의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설명회가 끝나고 우리는 공업원구에서 추천하는 식당에 가 광동요리를 맛보기로 했다. 

중국의 음식점은 한국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깨끗하며 방 마다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다. 

비교적 우리의 입맛에 잘 맞는 음식들이어서 광동요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항주

 

점심 식사 후 우리는 항주로 출발했다. 

소주에서 항주 까지는 두 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나른한 몸을 등받이에 기댄 채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사이 버스는 항주로 달린다. 

이 지역은 물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 

여기 저기 운하가 많았다. 

그런 연유로 소주와 항주가 중국 최대의 곡창지역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았나 싶다. 

중국인들은 소주나 항주를 중국 최고의 부자 동네로 치는데 물 많고 관개시설이 잘 되어있는 평야지대여서 논농사가 잘 될 수밖에 없고 거기다가 이모작까지 가능했으니 쌀을 많이 생산해 내었을 것이다. 

옛날 기준으로는 쌀이 가장 중요한 부의 척도였으므로 부자동네로 유명해 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항주에 들어서면서 가옥의 양식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집이 보통 3층 이상으로 지어져 있고 옥상에는 자그마한 다락집을 한층 더 올려놓았는데 이것이 조상님의 무덤이란다. 

그것은 아마도 이 지역이 유난히 비가 많고 습한 지역이어서 무덤을 만들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무덤을 옥상에 만들지 않았나 싶다. 

집들이 대부분 적어도 3층 이상으로 구성되어있는 것도 아래층은 습도가 높아 잠자리가 불편하기 때문에 3층 이상에 침소를 마련하느라고 그렇게 했다고 한다.

우리는 항주에 도착하자마자 6시에 시작하는 세계적인 공연 ‘宋城千古情’을 관람했다. ‘宋城千古情’은 경영학의 블루오션 전략을 그대로 적용한 전형적인 예다.

김휘찬, 르네 마보안이 지은 ‘블루오션 전략’을 보면 제일 첫 페이지에 라리 베르테라는 캐나다의 최대 문화산업 수출업체인 시르크 뒤 솔레이유 서커스 회사의 최고경영자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당초 서커스단에서 불을 삼키는 묘기를 담당했던 사람이다. 

어린이들을 주 대상 고객으로 하는 서커스가 점차 사양산업으로 전락하자 그는 컨셉을 완전히 바꾸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즉 서커스보다 몇 배나 비싼 요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성인과 기업체 같은 완전히 다른 새로운 고객 군을 끌어들이기로 한 것이다. 

바로 서커스에 연극을 접목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전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극적인 효과로 즐거움을 배가시킴은 물론 고객층을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화함으로써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항주의 ‘宋城千古情’은 바로 이와 같은 블루오션 전략을 그대로 적용하여 서커스와 연극 그리고 새로운 영상기술을 융합시킨 것이다.

항주의 역사, 신화, 전설을 바탕으로 세계의 가무 서커스 예술을 하나로 융합하고 현대 과학의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여 매우 웅장하고 화려하게 공연예술을 만들었다. 특기할만한 사항은 각국의 춤 예술을 표현하기 위한 스토리 구성을 송나라 황제의 생일 축하 연회로 엮어갔다는 것이다. 

송나라 황제의 생일 축하를 위해 각 나라 문무 대신들이 모여들었고 궁전에서 각국의 다채로운 서커스와 아름다운 가무를 연출하는데 우리나라도 대신과 가무단을 파견하여 상모돌리기와 부채춤을 선사하고 있다. 

비록 그것이 과거의 사실이고 연극일지라도 중국을 여행하면서 중국 황제를 위해 춤추고 노래하는 불쌍한 우리 조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영 씁쓸했다.

 

다음은 내가 인터넷을 통해 ‘宋城千古情’을 조사한 내용이다.

항주는 중국에서 역사가 유구한 도시 중의 하나이며 사람들이 “중국의 인간 천당”이라고 부릅니다. 

항주에는 아름다운 서호가 있으며 아름다운 신화와 전설이 있습니다.

[사선춤]

한 마리 백사와 한 마리 청사가 있었습니다. 

백사와 청사는 아름다운 인간 생활을 동경하였습니다. 

백사와 청사가 사람으로 변한 후 허선이라는 젊은 총각을 만났으며 백사는 총각과 서로 사랑하였습니다. 

그런데 불법은 그들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마력으로 기어코 그들을 갈라놓고 백사를 서호변의 뢰봉탑 아래 눌러놓았습니다.

[나비춤]

이것은 중국의 로미오와 줄리에트 이야기입니다. 

양산백과 주영대라는 젊은 청년남녀가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가정에서 동의하지 않기에 그들은 죽음으로 사랑에 대한 충성을 표시하였습니다. 

후에 그들은 나비로 변하여 자유롭게 같이 날았습니다.

제2장 송궁춤

송나라 시대는 지금부터 약 천년 전이며 중국에서 가장 영향있는 조대입니다. 

항주 송성은 송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건설하였습니다. 

송나라 때 항주는 100만 인구를 갖고 있는 대도시였습니다. 

그때의 항주는 매우 번화하였으며 곳곳마다 노래와 춤으로 태평성대를 구가했습니다. 

송나라의 황제가 황궁에서 생일 연회를 거행합니다. 

각 나라 문무 대신들이 모두 생신 축하차 왔으며 궁전에서 다채로운 서커스와 아름다운 가무를 연출하였습니다.

제3장 금과철마(전쟁)

송나라는 매우 부유합니다. 

이에 북방의 금나라가 출병하여 송나라를 침략하였습니다. 

송나라에는 악비 라고 부르는 장군이 있는데 군민을 거느리고 금나라와 용감한 전투를 벌여 많은 승전을 달성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간신의 모함을 받고 살해당하여 민족 영웅으로 되었습니다. 

오늘날 이 영웅의 묘지는 서호 변에 있으며 후세들의 공경을 받고 있습니다.

제4장 세계는 여기서 모인다

항주는 국제 관광 명승지이며 매년 수백만 명의 세계 각국 관광 손님이 항주에 찾아오십니다. 

항주의 관광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항주시정부와 세계 레저조직에서는 함께 2006년 세계 레저박람회를 거행합니다. 

보십시오. 

각국에서 오신 예술가 아름다운 가무와 다채로운 서커스를 갖고 오셨습니다. 

송성대극장에서 300여명의 연출자들이 열정적으로 공연합니다.

 

항주에서의 마지막 밤

 

공연이 끝나고 저녁식사는 동파육이 나오는 중국식으로 마무리 했다. 

우리는 각자 300원씩 거두어 항주에서의 마지막 밤을 멋지게 보내기로 했다.

1인당 150원씩만 내면 맥주를 무제한 공급한다는 노래방엘 가기로 했다.

3층 노래방 입구 대기소에 도우미가 30여명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김설희 국장과 강순덕 국장이 계시기에 도우미를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우리끼리 돌아가며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나는 그동안 노래방을 다녀본지가 너무 오래되어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없었다. 

용불용설이 맞는 것 같다. 

가기 싫다고 안 갈 것이 아니라 노래연습 삼아 가끔씩 노래방을 다닐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모두들 격의 없이 하나 되어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백이사가 호텔 앞 도로변에서 양 꼬치를 파는 리어카를 발견했다. 

나는 양 꼬치를 먹고 가자고 이리 저리 권해 보았지만 장황호 국장과 황규연 국장, 남용대 서기관만이 동행했다. 

마침 백이사가 가져온 팩 소주 몇 개가 남아있었으므로 그걸 하나씩 들고 마시며 안주 삼아 양 꼬치를 먹기 시작했다. 

양 꼬치는 하나에 1원씩 한다. 

즉석에서 숯불에 구워내는데 맛이 그럴 듯 하다. 

겨울에 먹었다면 더욱 운치 있고 맛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