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월)
금요일엔 걸어서 퇴근을 했는데 퇴근 길에 롯데수퍼에 들러 다음날 여울 가서 먹을 부식거리를 조금 샀다.
마땅한 먹거리를 발견할 수 없어 물만두나 좀 샀다.
저녁식사는 집에서 집사람과 둘이서 했다.
토요일 아침 여섯시에 사이버준과 만나 견지낚시를 함께 가기로 했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지만 깊은 잠을 자기가 쉽지않았다.
다섯시 무렵에 잠에서 깨어 대충 낚시채비를 챙겨 지하주차장에 나가니 사이버준이 이미 도착해 있다.
아침 식사를 하고 가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김밥이나 사서 그냥 차 안에서 먹으며 때우자고 했더니 사이버 준도 “그러세요”한다.
낚시터로 운전을 하고 가면서 아침식사로 김밥 한 줄 먹었다.
사이버준은 요즘 잠이 부족하다며 앉은 자리에서 잠을 청한다.
예상했던 대로 역시 마성터널까지 지체와 서행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리 심한 편은 아니다.
그래도 여덟시 경에는 여울에 도착했다.
4대강 개발을 한다며 여기 저기 파헤쳐 놓은 모습이 영 보기 안 좋다.
4대강 개발과 더불어 조터골도 예외 없이 사라질 판이란다.
비내여울 입구에 들어서니 미군이 철조망으로 펜스를 쳐 놓았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이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다.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먼저 보초병에게 가 우리가 낚시하러 왔음을 알리고 들어갈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괜찮다고 했다.
이어서 자신을 commander라고 소개한 백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리가 들어갈 수는 있는데 강에 도달하려면 철조망을 건너서 가야 한다고 했다.
고맙다고 하고는 차를 최대한 강변 가까이 주차시켰다.
그곳이 마침 간이화장실 근방이어서 미군병사 7,8명이 아침 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한담을 나누고 있다.
똥차례를 기다리던 병사 한 사람이 내게 인사를 하며 낚시에 대해 묻는다.
잘 잡히느냐 얼마나 큰 고기를 잡느냐 따위를 묻는다.
그들을 뒤로 하고 낚시대를 드리워 시침질을 이어갔지만 물고기 입질이 전혀 없다.
단 한번 입질만 받았을 뿐이다.
물살도 어찌나 센지 도저히 더이상 안으로 들어설 수가 없다.
결국 포기하고 조터골로 가기로 했다.
조터골에 도착해 낚시대를 찾으니 릴견지대가 보이지 않는다.
비내여울에 두고 온 듯하다.
곧바로 차를 돌려 다시 비내로 향했다.
그 사이에 비내 보초병이 바뀌었다.
사정 설명을 하고 진입을 시도했지만 그는 영내로 들어갈 수가 없단다.
들어가려면 에스코트가 붙어야 하는데 에스코트 병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20여분 지났을까 미군병사 두 명이 나타났다.
그 중 한 명이 권총은 어디에 있느냐며 장난삼아 너스레를 떤다.
나도 질세라 차 안에 두고 왔다고 했다.
함께 웃으며 가다가 말 많은 친구는 다른 친구에게 나를 맡기고 가버렸다.
나랑 동행하는 친구는 오하이오 출신이라는데 비교적 말이 적은 친구다.
나는 거듭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해 주었다.
강가에 가니 내 낚시대가 덩그라니 여울을 지키고 있다.
다행이다.
다시 조터골 여울로 돌아와 물에 들어섰지만 입질이 전혀 없다.
사이버준이 다른 곳으로 가자며 독촉을 한다.
조터골을 뒤로하고 그의 권고대로 여우섬으로 향했다.
여우섬 입구는 지난 여름 태풍에 험악한 상태로 변해있다.
승용차는 진입에 엄두를 낼 수도 없다.
내가 케빈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도 그렇고 사이버준이 수달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에도 그들은 우리가 여우섬으로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마침 그들이 점심을 먹고 있기에 내가 잠시 들어가 줄을 흘려 보았다.
들어서자마자 한 마리를 걸어냈다.
이어서 또 한 마리를 걸어냈다.
내가 두마리를 연타로 걸어내며 비상을 걸자 식사를 마친 여우섬 선점자들이 갑자기 개떼처럼 몰려들어 낚시를 시작했다.
내가 비집고 들어 설 자리가 없다.
사이버준이 자리를 옮기라고 내게 눈치를 준다.
상류로 올라와 낚시를 시도해 보았지만 허사다.
설망에 들어 있는 미끼들을 그자리에서 모두 털어버리고 곧바로 서울행에 올랐다.
올라오는 길에 곤지암 최미자네 소머리국밥집에 들러 국밥을 먹었다.
그곳은 내가 먹어본 소머리국밥 중 최고의 맛을 내는 맛집이다.
반주로 소주 반병을 마셨다.
사이버 준이 걱정을 한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혹 중독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듯하다.
하지만 걱정 마라.
그정도는 내겐 술이 아니라 소화제다.
낚시를 다녀온 날은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곤한 잠에 떨어진다.
낚시가 별 것 아닌 듯해도 무척 몸을 피곤하게 하는 모양이다.
일요일 아침에 테니스를 치러 나갔다.
오늘은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다음 주에 승진심사기 있다고 하더니 승진운동차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최한열 차장이 연수원에서 단체로 구입한 체육복이라며 바람막이 옷을 준다.
내가 외교안보연구원에서 교육을 받지만 회사의 적은 연수원 소속이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 후 뒤풀이 경기까지 진행되는 데 난 그냥 들어왔다.
이번에는 출판사들이 모두 사정이 어렵다며 출간을 꺼리고 있는 터였으므로 자비출판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유명 출판사에서 회사가 연수교재로 채택한다면 출판을 하겠다고 했지만 사장의 리더십 방향과도 달라 문제가 생길 우려도 있어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400만원 정도면 자비출판이 가능하고 잘 팔리면 그걸 어느 정도 회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자비로 출판하면서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을 개인에게 나누어줄 때 책값을 받을 예정이다.
수입 때문이 아니고 그래야 돈 아까워서라도 책을 읽기 때문이다.
보면 볼수록 계속 손 볼 것들이 튀어나오지만 오늘로서 마지막 퇴고를 마쳤다.
군에 있는 호신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사람이 나를 바꾸어주기에 힘들겠지만 군에 있는 동안 네 인생의 큰 그림을 한번 그려보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집사람은 내가 또 군에 있는 자기 아들에게 무슨 허튼소리라도 할까 싶어 자꾸 내 배를 두드리며 말을 못하게 했다.
통화가 끝나고 정중하게 한마디 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야.
그걸 못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생각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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