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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신을 구한 라이프 보트 (미치앨봄)

by 굼벵이(조용욱) 2025. 3. 24.

스토리 구성이 탄탄하다.
마지막까지 제대로 읽지 않으면 미치 앨봄이 전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 책을 읽고 신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신다운 행동을 하는 인간이 신이란 관점을 갖게 됐다.
이 책은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의미를 소설로 만든 거란 생각이 든다.
신에 의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삶이 내 생각대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경을 견뎌내기 위해서 신의 존재를 믿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내가 신을 믿는 한 신은 나를 버리지 않고 늘 함께 하며 나를 돕는다는 사실까지 믿어야 한다.
신은 아무 때나 나를 돕지 않는다.
때론 시험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내가 더이상 노력할 수 없는 임계점까지 최선을 다 했는 데에도 내 뜻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그 때 나타나 돕는다.
그래서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한 거다.
 
망망대해에서 요트가 폭발하고 모두 죽었는데 어떻게 살아남아 구명보트에 올라 탄 사람들 마져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두 죽어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신이 나타난다.
요트 속 살아 남은 자들도 하나하나 죽어가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를 신이라 부르는 자를 믿지 않거나 심하게는 죽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절실하게 신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신을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고 나쁜 마음을 품기도 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를 도우며 신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 나타난 신을 그렸다.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의 도움이 절실한 사람 곁에 찾아가 함께 하며 신이 함께 한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궁극에는 인간이지만 신처럼 행동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이야기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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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했어. 
바람도 잠잠해졌고. 
어째서인지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도 이제 끝이라는 예감이 들더군. 
 "앨리스?" 
난 머뭇거렸어 
"난 이제 어떡하죠?". 
"스스로를 용서하세요." 
"그리고 이 은혜로 나의 정신을 널리 전하세요."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이 항해에서 살아남아요." 
"일단 살아남은 후에 절망에 빠진 다른 영혼을 찾아내요" 
"그리고 그 영혼을 도와주세요." 
앨리스는 보트 뱃전 위에서 빙그르르 돌아섰어. 
조그만 발을 떼지도 않은 채로. 
그러고는 가슴 앞으로 팔짱을 끼었어 
"잠깐만요!" 
"날 버리지 마요." 
나는 목이 메었어.
앨리스는 내가 농담이라도 했다는 듯이 빙그레 웃었어. 
"당신을 절대로 버리지 못해요." 
그 말에 나는 허물어지듯 주저앉았고 내 손은 젖은 보트바닥에 철썩 부딪혔어.  
그 순간 난 완전히 투항한 상태였어.
앨리스가 나를 마지막으로 한 번 돌아보고 한 말은 애너벨 당신이 그토록 자주 했던 바로 그 말이었어.  
"벤지, 사람은 누구나 붙들고 버틸 무언가가 필요해요." 
앨리스가 말했어.
"나를 붙들어요". 
앨리스는 보트에서 떨어졌어.  
물보라도 일으키지 않았어.  
난 뱃전으로 허겁지겁 달려갔어.
보이는 건 그저 파란 물뿐이었어.

롬이 손가락을 꾸물거리자 모래 속에서 조그마한 게가 기어 나왔다. 
롬은 그 게를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게는 살아있는 동안 허물을 서른 번이나 벗는 거 아세요?" 
그러면서 바다를 바라봤다. 
세상은 가끔 괴로운 곳이 되기도 해요. 
"경감님, 때로는 자신으로 살기 위해 자신을 버려야 해요." 
"그래서 이름을 바꿨나요?" 
르플뢰르가 물었다. 
"롬 로시죠? 
뜻은 내 머리를 들어주시는 하느님이고." 
남자는 웃기는 해도 르플뢰르 쪽을 돌아보지는 않았다. 
르플뢰르는 뒷덜미에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을 느꼈다. 
공허하고 파란 수평선을 바라봤다. 
카보베르데에서 이바닷가 까지는 천 킬로미터 거리였다. 
"어떻게 한 거예요. 벤지?"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어떻게 혼자서 살아남았어요?"
"난 결코 혼자가 아니었어요." 
남자가 대답했다.
 
참 멋진 소설이다.
수고하고 짐진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난 크리스찬은 아니지만 이런 소설 속 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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