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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푸른 들판을 걷다(클레어 키건)

by 굼벵이(조용욱) 2025. 3. 24.

'맡겨진 소녀'를 읽고 소설 속 표현이 멋지고 재미도 있어 클레어 키건의 세상을 좀 더 확장해 보자는 생각으로 그녀의 단편집을 읽기로 했다.
영국의 북쪽 끝 시골마을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시골살이 정서는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대개 비슷하다.
소설이란 대개는 내 주변의 삶과 정서와 현상 따위를 사진을 찍듯 정확하게 묘사하는 기술이다.
소설 속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 내 삶을 이해하는 게 아마도 소설의 주 목적이 아닌가 싶다.
클레어 키건의 아래와 같은 표현은 내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어떤 생각과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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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의 딸과 보낸 파편 같은 시간들이 마음을 스친다 
그녀를 속속들이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녀는 자기 인식이란 말의 너머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대화의 목적은 스스로 이미 아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모든 대화에 보이지 않는 그릇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이야기란 그 그릇에 괜찮은 말을 넣고 다른 말을 꺼내가는 기술이었다. 
사랑이 넘치는 대화를 나누면 더없이 따스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고 결국 그릇은 다시 텅 빈다.  
그녀는 인간 혼자서는 스스로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랑을 나누는 행위 너머에 진짜 앎이 있다고 믿었다. 
그는 때로 그런 그녀의 생각에 화가 났지만 그녀의 말이 틀렸음을 결코 증명할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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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현들은 영국 교과서에 실릴만큼 훌륭하다.
대화가 상대방을 이해하는 도구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자기를 재인식하는 수단일지도 모른다.
이야기란 커다란 그릇에 자신의 생각에서 우려낸 괜찮은 말을 넣고 다른 말 즉 다른 생각을 꺼내가는 기술이라고 정의하는 소설 속 작가의 표현은 대화의 중요성과 의미를 멋지게 일깨운다.
그게 사랑이 넘치는 대화라면 더더욱 자신을 변화시킬수 있다고 하는데 내 경험을 보더라도 그건 진리다.
우리는 수준있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성장시킬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생각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뿐더러 제 생각에 갖혀 사느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이것저것 끄적거린다고 글이 아니다.
이런 멋진 글이 나오기 위해서는 사랑을 나누는 행위 너머에 존재하는 진짜 앎을 체득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훌륭한 표현들을 접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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