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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사랑하는 아들아

경신아10

by 굼벵이(조용욱) 2008.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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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아!

어제는 김치냉장고 딤채를 산다고 엄마랑 여러 번 통화를 했단다.

엄마가 직장에 나갔다가 점심 무렵에 집에 들어와 네가 19일날 보낸 편지를 받아보았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전화를 받았지.

네가 마지막에 적었던 글‘아빠가 보낸 편지 받아보았습니다. 감동 감동.....사랑해열’을 전화로 읽어주면서 좋아하시더라.

그런데 조금 후에 내가 다시 김치냉장고 건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엄마 목소리가 이상한거야.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냥 울어버리는 거야.

네 편지에 목욕도 제대로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던 울보 엄마가 그만 울음을 터뜨린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그 녀석 이참에 버릇 제대로 고치겠네. 잘 됐지 뭘...세상에 하루에 서너 번씩 목욕을 하는 멍청한 녀석이 어디 있어?”하면서 위로를 했지.

암튼 그렇게 해서 넘어갔지.

오늘 아침에는 평택 할머니가 울먹이시면서 전화를 하셨다.

그 어린 것이 군대가서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얼마나 고생이 많겠냐는 거야.

그래서 아빠가 “요즘은 아버지 군대생활 하시던 시절하고 달라요. 얼마나 잘해주는데요. 그리고 거기 다른 곳 보다 따뜻한 곳이에요” 하고 위로해 드렸어.

아빠가 결국 네 대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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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는 아빠 시골 친구랑 술자리를 가졌다.

그 친구 사기를 당해 사기범으로 이리 저리 쫓겨 다니다가 얼마 전 법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풀려나 모처럼만에 만나게 되었단다.

아빠가 안중 초등학교 다닐 때 아빠는 6학년까지 반장을 했고 그 친구는 아빠에게 늘 밀렸었거든.

아빠를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을 했었지.

그런 마음은 결국 잘못된 정치판으로 뛰어들거나 사기극에 말리는 계기가 된 거야.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 앞서서 우선 자신과의 경쟁에 이겨야 한다.

바르고 정직하게 원칙에 충실한 삶을 사는 자신의 습관을 제대로 갖지 못하면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도 올바를 수가 없고 결국은 그 아저씨처럼 그렇게 되고 마는 거지.

하지만 그 아저씨의 패기는 정말 마음에 들더라.

모든 것이 망가진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굳게 일어서려는 의지를 보면서 역시 내 친구답다는 생각을 했다. 너에게도 그렇게 강한 정신으로 무장된 패기가 있었으면 해.

어때? 

군 제대할 때 쯤이면 패기 있는 강한 친구의 모습을 기대해도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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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이 녀석은 오늘 아침에도 머리가 아프다나 하면서 밥 먹고 또 잠자리에 들더구나.

약한 놈...

아프고 싶어도 아플 겨를이 없을 정도로 해도 모자랄 시기에 허송세월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 가슴만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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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고향 친구들을 만나 마신 술이 조금 늦어져 결국 오늘 아침에는 골프 연습도 못 갔단다.

그래도 나의 자랑 스런 큰 아들에게는 편지를 써야겠기에 근무시간 중에 짬을 내어 글을 쓴다.

그럼 내일 또 보자


2008.2.1

아빠가



 

네가 보내달란 사진 첨부한다.

그런데 이게 칼라로 잘 프린트해서 네게 전달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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