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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사랑하는 아들아

경신아11

by 굼벵이(조용욱) 2008.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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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아!

어제는 얼음 송어낚시를 다녀왔단다.

경기도 일죽에 있는 장광지 낚시터인데 두껍게 얼은 얼음에 구멍을 뚫고 견지로 하는 낚시란다.

낚시 친구들하고 함께 가서 커다란 송어를 8마리, 붕어 2마리를 잡아 도합 열 마리를 잡아 아빠가 일등을 했지.

송어는 민물고기이지만 회를 쳐서 먹을 수 있는 고급 어종에 속한다.

네가 있었다면 아마도 송어 회를 좋아했었을 텐데...

낚시 친구들이 쳐놓은 회를 몇 접시 들고 왔단다.

엄마와 호신이가 맛있게 먹더라.

네 엄마 아마도 회 잘 먹는 큰아들 생각하고 속으로 또 찔끔거렸을 거다.

오늘은 테니스를 하고 돌아와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소포가 와있더구나.

엄만 내게 네가 보낸 소포라면서 아버지 술 좋아하신다고 머루주를 보냈으니 먹어보란다.

난 “아마도 당신이 머루주를 좋아하는 것 같아 당신한테 보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머루주를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대하여 토론을 했다.

“경신이 군인 첫 월급 받아서 샀을까?”하고 내가 말했더니

엄마가 발신자가 고성군 무슨 중대로 적혀 있더라며 부대에서 중대장님이 보낸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혹시 경신이가 특등사수가 돼서 포상으로 받은 선물을 보낸 게 아닌가 하는 기쁜 상상도 해 봤다.

암튼 그 소포를 놓고 만지작거리다가 책상에 앉아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모두 읽었다.

저녁이 다 되어서는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노웨이 아웃’을 보았단다.

미 국방성을 중심으로 엮은 드라마인데 무엇보다도 발음이 깨끗해서 hearing 연습하기에 참 좋더구나.

아빠는 영어회화 듣기능력 향상을 위해 적어도 일주일에 한편 이상은 꼭 영화를 보려한다.

가급적 자막에 의존하려 하지 않고 열심히 들으려 한다.

상당부분은 잘 들리지만 잘 안 들리는 것도 있단다.

영어는 그런 듣기연습이나 학습을 게을리 하면 곧 잊게 되지.

영어는 평생 죽을 때까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할 것 같더구나.

다행히 아빠는 영화를 좋아해 영화를 통해 복습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단다.

몹시 피곤한 때에는 듣기에 집중하다보면 가끔 잠이 오기도 하지

아빠가 전에도 말 했듯이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

그건 일종의 긍정적 사고방식이지.

영어는 아마 네가 앞으로 살아가야하는 세월 동안에 네가 피할 수 없는 부분일거야.

따라서 앞으로는 영어를 피하기보다 즐겨야 할거야.

영어는 한번 열심히 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 놓으면 평생 동안 유용한 자산이 된단다.

다른 과목처럼 한번 배우고 마는 그런 과목이 아니지.

아빠와의 약속 잊지 않고 네 삶의 의미를 거기에서부터 찾았으면 한다.


오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정리하다가 이 글을 쓴다.

엄마가 네게 편지를 쓰는줄 알고 내 책상 앞에 와서 확인하고는 네게 보내는 편지가 아니자 섭섭했는지 피이 거리며 싱크대 앞 티브이로 돌아가더라.

혹시 엄마도 나처럼 네게 몰래 편지 보내는 것 아니니?


읽은 책을 정리하다가 좋은 내용이어서 네게 보낸다.


“성공을 목표로 삼지 마라. 성공을 목표로 삼고 그것을 표적으로 하면 할수록 그것으로부터 멀어질 뿐이다. 성공은 행복과 마찬가지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다. 행복은 반드시 찾아오게 되어있으며 성공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에 무관심함으로써 저절로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죽음의 수용서에서 (빅터 프랭클)


성공이나 행복은 그림자와 같아서 쫓아가면 도망간단다.

현재의 삶에 충실하다보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는 새에 찾아오는 것이 성공이고 행복이다. 현재의 삶은 늘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고 수용소와 같이 인간정신이 말살된 사회에서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성자가 될 수도 있고 돼지가 될 수도 있다.

넌 네게 주어진 삶을 위해 어떤 현명한 선택을 할래?


이젠 아빠가 자야할 시간이다.

주말엔 할 일이 너무 많아.

잘 자거라

2008.2.3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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