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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사랑하는 아들아

경신아13

by 굼벵이(조용욱) 2008.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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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아!

오늘은 아빠 생일이란다.

엄마가 오늘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 주었어.

그런데 반찬은 달랑 김장김치 하나!

잘 알겠지만 요즘은 아침밥을 많이 안 먹잖니?

미역국에 네게 좋아하는 소고기도 들었어.

호신이 녀석은 늘 먼저 국물만 먹고 고기는 남겨 놓았다가 나중에 먹잖니.

녀석, 오늘도 그러더라.

엊그제 야단을 쳤더니 시무룩해 있더니 녀석은 워낙 얼굴이 두꺼워서 오늘 아침 출근길에

“공부 잘 돼?” 했더니

뻔뻔한 목소리로 “네!” 그러더라.

너랑 정 반대지.

너에게 물었으면 아마도

“아니오?” 했을 거야. ㅋㅋㅋㅋ

***************

어제는 아빠와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요즘 조금 분위기가 무거운 것 같아 강과장이 내게 술 한 잔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더라.

사실은 몸이 몹시 피곤해서 일찍 들어가려 했는데 그 친구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그러자고 했어. 아빠를 위해 일 해 주는 과장 6분 중 두 분은 회사 일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고 네 분 만 함께 가게 되었는데 나를 생각해서 교대 앞으로 가자는 거야

네가 알바 하던 돈데이 근처에 포항 물회집이라고 있는데 매우 토속적이고 값도 저렴해서 그리로 데리고 갔단다.

거기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지

그동안 있었던 갈등관계라든가 업무이야기 등을 나누며 보다 발전적인 내일을 약속하고 그만 들어가려는데 송과장과 강과장이 한잔 더 해야 한다고 나를 잡아끄는 거야.

나도 성격이 모질지 못해 결국 정종 대포 한잔만 하고 가기로 하고 평소에 자주 가던 정종 대포집을 찾아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자리가 없어 여기 저기 찾다가 너랑 술잔을 나누었던 ‘수작’을 발견하게 된거야.

우린 거기 들어가 정종 대포를 주문했지.

거긴 정종이 없는 줄 알았는데 거기도 팔더라.

네가 형,형 하면서 불렀던 알바생도 그대로 있는 것 같고.

그 알바가 계란 두개와 철판을 가져오는데 그게 어떻게 쓰이는지 모두들 모르고 쩔쩔매는데 난 그날 너한테 배웠잖니. 그래서 점잖게 계란을 철판에 넣어서 플라이를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단다.

잠시 동안 네 이야기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단다.

*******************

경신아 ?

이제 네가 평소에 운동 안 한 게 후회되지?

네가 얼마나 운동을 안 하고 게으르게 생활했는지 이제 알겠지?

지금의 체력이나마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빠가 발로 걷어 차가면서 억지로 공원과 운동장을 뛰게한 결과야.

사람이 달리기나 등산을 잘하고 못하는 것은 다리근육만으로 하는 게 아니란다.

다리 근육보다 더 중요한 게 폐활량이야.

한참 자랄 나이에 달리기 따위를 통해 숨찬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폐활량이 작아져 조금만 뛰어도 헥헥 거리지.

그래서 아빠가 그 폐활량을 크게 해 주려고 그렇게 부단히 노력을 했던 거란다.

아빠도 너희 같은 시절이 있어 너무 잘 알기에 그걸 미리 고쳐주려고 그렇게 악을 썼는데 너희들이나 엄마는 내 뜻도 모른 채 매정한 아빠라고 비난했을 거야.

암튼 하루아침에 폐활량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은 아니니 힘들어도 매일 일정량의 유산소 운동(달리기, 축구, 테니스 따위)을 계속하여 네 건강을 유지해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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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보낸 홍천 산머루주를 놓고 아빠 회사에서도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군에서 훈련병 부모에게 모두 그걸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렇다고 네가 돈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걸 보냈을까 하고 모두들 의문에 차 있다.

나중에 편지할 땐 그 비밀을 말해주지 않겠니?


2008.2.5(아빠 생일에)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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