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신아!
무려 5일간의 설 연휴를 끝내고 오늘 첫 출근이다.
아침에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러 가면서 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대부분 찡그린 모습이거나 무표정 했어.
나도 왠지 기분이 안 좋아지고 가뜩이나 추운데 더욱 썰렁함을 느끼게 하더구나.
그래서 난 입술 양 끝을 귀 방향으로 끌어올리며 살짝 웃는 모습을 지어보았지
오늘은 일부러라도 하루 온 종일 웃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너무 심하게 웃으면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보일까봐 살짝 입가에 웃는 모습만 보이기로 했다.
길 가던 아줌마가 나의 예쁜 미소를 보고 생긋이 웃어주더구나.
그 순간부터 모든 사람들이 다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했어.
잠시 이런 생각도 했어
전철이 밀리면서 내가 실수를 해서 어떤 사람에게 심한 불편을 주었고 그로 인해 상대방이 화를 내면서 내게 욕을 했을 경우 난 어떻게 대처할까?
상대방이 욕을 하니 나도 덩달아 화가 나겠지.
그리고 욕도 하고 싶겠지.
하지만 나는 한 3초정도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얼굴에 환하게 웃음을 지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렇게 환하게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하면 그 어떤 불한당 같은 녀석도 내게 더 이상 욕지거리를 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단다.
어때?
살다보면 개인 날만 있는 게 아니고 가끔씩은 이렇게 궂은 날들도 올 거야.
그럴 때마다 아빠의 이 이야기를 되새겨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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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는 일찍부터 영신 아빠(분당 사는 아빠 친구)가 전화를 했어
너를 군에 보내 놓고 우리 내외가 쓸쓸해 할까봐 위로 전화를 한거야
말은 전혀 쓸쓸하지 않고 녀석 가서 잘못된 습관 바로잡아 올 거라고 큰소리 쳤지만 그래도 마음속에는 네녀석이 한 켠에 자리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구나.
일간 시간 내어 그 집 내외와 술 한 잔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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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어제 ‘1%의 행운’ 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결심을 했다.
책을 한 번 써보기로 했어
아빠가 종사하고 있는 일을 중심으로 전문서적이지만 소설처럼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을 금년에 한번 써보기로 했다.
조금 두렵지만 한번 멋진 시도를 해 볼 생각이다.
이 나이에 아빠도 두려움을 무릅쓰고 이런 멋진 시도를 해 보려는데 넌 어떤 시도를 해 볼래?
좀 더 도전적인 목표를 가지고 스스로 시련을 만들면서 극복해 나가는 강한 사나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늘 말하지만 시련이 없으면 절대 변화나 발전이 없다.
시련을 거부하고 현실 속에 안주한다는 것은 삶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아.
멋진 이등병 조경신을 위하여!
2008.2.11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