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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사랑하는 아들아

경신아17

by 굼벵이(조용욱) 2008.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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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아!

어제는 연휴 끝에 맞는 첫 월요일이었는데 우리 팀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우리 팀에 막내가 지난번에 과장 진급시험을 보았는데 아깝게 떨어지고 말았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우리 회사에 입사 해 지난 해 한번 떨어지고 이번엔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아깝게 또 떨어지고 만 것이다.(재수에 실패)

그만큼 우리 회사 진급시험이 어렵단다.

앞으로 네가 사회에 나가더라도 이런 종류의 시험이 계속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나도 속이 상하고 우리 팀 식구들 모두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회사 근처 가까운 족발집에서 소주잔을 나누며 아픈 가슴을 달랬다.

아빠도 네가 한살 때 과장 진급시험 공부를 했었는데 무척 힘들었었단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이고 인내력의 한계를 넓혀가는 과정이지.

공부를 한다는 것과 시험을 본다는 것은 조금 다른데 시험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오랫동안 정신을 집중한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시험 보는 순간에는 시험시간 내내 정신을 집중해서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시험에 고득점을 맞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다.

공부는 많이 하는데 시험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대부분 시험시간 동안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고 조금 어려운 문제만 나와도 당황하고 포기하려 들지.

이럴 때 포기하지 않고 좀더 집요하게 매달려서 머리 저 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끌어올리는 사람들이 고득점자들이다.

나중에 네가 공부를 하거나 시험을 볼 때 참고하기 바란다.

어쨌든 중요한건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엉덩이로 한다는 것이지.

끈질기게 책상 앞에 붙어 앉아 죽어라 파고드는 사람이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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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네게 편지가 와있더구나.

네 엄마와 나는 네 편지를 읽으며 네가 보내준 홍천 산 머루주를 마셨단다.

머루주가 정말 맛이 좋더구나.

네가 힘든 훈련을 하면서 받은 월급으로 보내준 것이라 더욱 맛이 좋았던 것 같아.

네가 조토에게 보낸 편지도 읽어보았지

잘 썼더구나.

조토는 요즘 반항기여서 내가 하는 좋은 이야기들을 잔소리로만 듣고 귀찮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아마도 네가 하는 말을 더 귀담아 들을 거야.

네 편지라고 건네주고 한참 있다가 조토 방에 들어가 편지 읽어보았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하는데 애가 점점 이상하게 변해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네게 위문편지는 못 보내더라도 답장이라도 보내라고 했는데 녀석이 대답은 하더라만 영 건성인 것 같더라.

네가 가끔 그렇게 타이르고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해.

그게 형의 도리이자 의무거든. (거의 국방의 의무와 같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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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가 지나면 자대 배치를 받겠구나.

어제 큰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는데 네 걱정을 많이 하더라.

너는 너무 순진해서 다른 친구들한테 괴롭힘을 많이 받을 것 같다면서 가급적이면 지휘체계가 확실한 부대에 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사실 나도 그게 걱정이긴 해.

하지만 군 생활을 통해서 너와 다른 여러 가지 사람들을 접하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

사회생활은 언제나 사람관계에서 출발하는데 군 생활을 통해서 인간관계 기술도 한번 익혀보렴.

네가 좋아하는 심리학은 인간관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지.

이제부터는 아빠도 일을 해야겠다.

오늘 날씨가 너무 춥다.

출근길에 귀마개까지 하고 나왔단다.

감기도 기합이 빠져서 걸린다고 조교가 이야기 하지 않던?

정신력으로 육체적 저항력을 키울 수도 있지.

추위에 건강 조심하고 열심히 너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길 바란다.


2008.2.12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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