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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戰國策

by 굼벵이(조용욱) 2013.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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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살펴보자

전국시대 진나라가 가장 강국으로 부상한 이유는 가장 척박한 나라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자가 삼대를 못 넘기는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국가든 개인이든 가난은 강한 정신을 만든다.

그런데 왜 북한은 저러고 있을까?

아마도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가난에서 나오는 강인한 정신과 노력, 창의적 아이디어가 꽃피울 수 없는

정치 사회적 시스템 때문이라는 이유 밖에 이를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그걸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진나라는 법가사상으로 부국강병의 꽃을 피웠다.

법가에서 비롯된 중앙집권적 군현제와 오가작통법 따위의 시스템이 강한 결속과 번영을 가져왔던 것이다.

이 시기엔 서얼들이 천대받으며 떠돌이 식객노릇을 하던 시기이므로

그들의 지혜와 역량을 누가 더 잘 이용하는가에 따라서 나라의 흥망성쇠가 결정되었던 것 같다.

북한의 정치집단은 이 대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2500년 전에도 최선의 정책수립과 결정을 위해 최고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일인 독재하에 모든 언로를 차단한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북한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국책 중 여불위가 자신의 아들을 진시황으로 만드는 과정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과 돈은 항상 불가분의 관계였던 것 같다.

사실상 돈이 권력의 위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권력자가 돈을 좋아한다는 전제에서 충분히 성립 가능한 명제다.    

임금이 될 만한 혈통을 가진 자초를 돈으로 매수하여 잘 가다듬고

자신의 아이를 가진 첩을 자초와 결혼시킨 후

진나라 왕통을 잇게 한 후 태어난 아이를 진시황으로 만든 여불위야말로

돈으로 천하를 쥐락펴락한 책사 중의 책사 아닌가!

여기서 자초를 ‘기화’로 표현하였는데 이는 기이한 화물(상품)이란 뜻으로

오늘날 ‘무엇 무엇을 기화로’ 하는 말의 어원이라고 한다.

 

소진의 합종과 장의의 연횡을 합쳐 합종연횡을 낳았는데 이 고사 또한 배울 것이 많다.

두 사람은 귀곡자에게서 동문수학한 절친으로 먼저 소진이 합종 안을 가지고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는 진나라와 대적하기 위해서는 6국이 연합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합종)을 펼쳤는데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귀향을 택했지만 고향에서도 어머니 등으로부터 홀대를 받고

다락방에 올라가 학문에 매진하여 최마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최마법이란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이용하여 설득하는 화술법인데

이를 이용하여 결국 합종 안으로 6국의 왕들을 설득시켜 6국의 재상이 되었다.

국제적으로 거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막강한 실력자가 되어 다시 귀향하자 어머니가 공손히 대함에

前倨後恭의 고사가 생겼다고 한다.(전에는 거만하다가 성공하니 나중에는 공손해 짐)

그의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가 답하기를

사아유낙양부곽전이경, 오안능패6국지상인호(使我有洛陽負郭田二頃, 吾安能佩六國之相印乎?)

“내가 내 고향 낙양에 비탈지고 척박한 밭 두 뙈기만 있었더라도

내 어찌 여섯나라의 도장을 허리에 차고 다닐 수 있었겠는가?”

가난이 그에게 최마법 같은 아이디어를 창출하게 하여 성공의 열쇠를 쥐어준 것이다.

장의는 소진이 그를 의도적으로 홀대하여 독하게 진나라 재상으로 출세하도록 만들고

법가사상과 연횡책(진나라와 6국을 1:1관계로 유지하며 각개대책을 수립하게 함)으로

천하통일의 토대를 마련하게 한다.

이 두 사람은 오로지 세치 혀로 출세한 사람들이다.

 

의리를 보여준 고사로 탄탄칠신(呑炭漆身)을 들 수 있다.

지백의 신하 예양이 조양자에게 자신의 주군을 죽인 원수를 갚으려 하였는데

조양자가 사전에 이를 알고 체포하여 그 이유를 묻자

여위열기자용, 사위지기자사(女爲悅己者容, 士爲知己者死)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하고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는 말로 답변했다.

조양자가 예양의 의를 높이 사 풀어주었지만

그는 다시 呑炭漆身으로 자신을 변신하여

다시 원수 갚음을 시도했다고 한다.

‘뜨겁게 타고 있는 숯을 삼키고 온 몸에 옻칠을 하여 변장’을 했다는 이야기로

신념을 위해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은혜를 베풀 땐 덕까지 함께 베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새겨들을 만하다.

伯樂一顧 : 천리마라도 백락을 못 만났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의미로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컫는 말이다.

君子絶交, 不出惡聲 : 군자는 헤어질 때에도 악담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行百里者 半於九十 : 백리 가는 자는 구십리 갔을 때 반 왔다고 한다.

장욕탈지 필선여지(將欲奪之 必先與之) : 빼앗으려면 먼저 주라(마중물)

成大功者 不與衆謀(성대공자 불여중모) : 큰 일을 꾸미는 데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는 없다.

당단부단 반수기화(當斷不斷 反受其禍) : 자를 것을 자르지 않으면 화가 돌아온다.(빠른 결단의 중요성)

 

결론은 요불승덕, 무불극문(妖不勝德, 武不克文)이다

어떤 계책도 덕을 이길 수 없고 무력이 아무리 강해도 문화를 이길 수 없다.

여러 가지 권모술수가 있지만 그 어느 것도 덕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전국책의 핵심은 역량이 곧 정의라는데 있지만

그 역량은 禮, 仁, 義가 어우러진 德의 범주 안에 존재함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