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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맹자의 행복론

by 굼벵이(조용욱) 2013.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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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 仁을 가장하는 것을 覇라 하고

덕으로 仁을 행하는 것을 王이라 한다.

 

맹자가 그의 이론을 오늘날 한문공부의 교본으로 삼을 만큼 깨끗한 문체로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시 그를 알아주는 인물을 만나지 못함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명작들도 대부분 귀양 간 선비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척박한 땅에서 全心致志로 몰입할 때 대작이 탄생하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많은 百家爭鳴이 있었지만 맹자는 이들 사상을 먼저 살펴보고

그 문제점에 대한 비판을 거쳐 새로운 결론을 제시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공자의 사상과 묵자의 겸애설 그리고 양주의 행복론이다.

묵자는 차별애로 인하여 전쟁 등 모든 문제가 발생하니

무차별적 사랑으로 인류를 구원해야 한다고 하면서

나를 억누르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갈 것을 제안하였다.

(오늘날 그리스도교 사상의 모태가 되었다고 함)

공자도 같은 맥락인데 군자 즉 리더는 자신보다 남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각종 제도와 의식을 제안했다.(重物輕生: 자신의 생명보다 물질중시)

하지만 양주는 묵자와 공자의 사상을 모두 비판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라며

남보다는 자기중심의 사고와 행동을 주장했다.

(輕物重生: 물질보다 생명, 나를 더 중시)

맹자는 묵자와 양주의 사상을 비판한 뒤

성인의 업을 빌어 공자의 사상이 중요함을 입증하였다.

측은지심, 사양지심, 수오지심, 시비지심이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어

인간은 이해를 넘어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선한 마음이(性善) 있음을 주장하였다.

즉 인간의 행동에 好利避害(이익을 취하고 손해보려하지 않음)가 존재하지만

본질적인 마음 안에 남을 도우려는 性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본질은 天命 즉 하늘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召命)

성선은 인간의 본성이 선하고 따라서 완전한 존재이므로 인간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동아시아에 만연되어 있는 이 사상은 유럽에 널리 퍼져있는 유일신 사상과 맥을 달리한다.

우리가 터줏대감을 모시고 성황당을 모시고 하는 행위들이 이로부터 연유한다는 설명이다.

즉 전지전능한 초월신에 대한 신앙이 없고 신은 단지 조력자로 모든 결정은

인간이 내린다는 인간중심적 철학이 강하다.

이는 곧 세상만물은 ‘스스로 그러하다’는 자연사상과 같다.

우리 사회가 종교적 다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데에는 이러한 철학적 사고의 흐름이

집단 무의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유일신을 주장하며 죽고 죽이는 서양식 전쟁사를 예방할 수 있었던 근원에

이런 공자와 맹자의 사상이 뿌리 깊게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행복의 조건도 오늘날의 그 어떤 이론보다 명쾌하다.

恒産 즉 등 따습고 배불러야 恒心(고요하고 한결같은 마음) 즉

모든 콤플렉스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있는 열반의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며

행복은 이런 마음으로 全心致志 하는 데서 온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뜻한 바에 전력을 다하여 몰입하는 데서 온다는 것이다.

내가 늘 주장하던 행복론이 2300년 전에 맹자께서 주장하신 내용이라고 하니 조금 김빠진다.

하지만 2300년 동안 변함이 없는 이론이라면 내 생각이 분명 진리이기에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다.

더군다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도 같은 생각이어서

그의 행복론은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진리임이 입증되었다.

공자의 리더십 이론(君子論)을 相生의 삶으로 이어가게 한 것도

그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자기 스스로를 다스리는 셀프리더십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자(problem solver)로서의 군자의 삶도

어찌 보면 그의 성선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생각은 진화가 없다는 진리를 다시 깨닫는 순간이다. 

아무리 공부해도 2300년 전의 맹자를 따라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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