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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들/마지막 리더(2010)

3. 제 2 장 : 변화하는 생각의 지도

by 굼벵이(조용욱) 2017.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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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의 통합화 경향

  리처드 니스벳 교수는 그의 저서 ‘생각의 지도’를 통해서 사람들이 성장 배경에 따라 인지도식이 얼마나 다른지를 실험을 통해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그는 우선 너무나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인지도식을 비교해 보았다. 그는 차이점을 알아내기 위해 미국과 중국의 어린이들에게 소그림, 닭그림, 풀그림 세 가지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중 관련성 있는 두개를 하나로 묶는다면 무엇을 묶을지 생각해 보라는 과제를 부여했다. 
  실험 결과는 미국과 중국이 판이하게 달랐다. 대부분의 미국어린이들은 소와 닭을 하나로 묶는 반면 중국 어린이들은 소와 풀을 하나로 묶었다. 미국 어린이들은 소와 닭은 동물이기 때문에 같이 묶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중국 어린이들은 소가 풀을 뜯어먹기 때문에 같이 묶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와 같이 어린아이들도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이 매우 다르다. 서양 아이들은 주로 동물군, 식물군 같은 ‘범주화’에 익숙한 반면 동양 아이들은 ‘소가 풀을 뜯어 먹고 있다’와 같이 ‘관계’를 중시한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위와 똑같은 내용을 외교안보연구원에서 글로벌 리더십 과정 교육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고위 공무원들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결과는 6:4 정도로 소와 풀을 묶는 경향이 많았다.
  미국 대학생과 중국 및 타이완 대학생을 대상으로 팬더곰, 원숭이 , 바나나를 제시하고 관련 있는 것 두개를 고르게 했을 때에도 미국 대학생들은 주로 팬더곰과 원숭이를 고른 반면 중국과 타이완 대학생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고르는 경향이 강했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여러 가지 실험과 검증과정을 거쳐 리처드 니스벳 교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표1 동서양간 생각의 지도 차이 비교>

동    양
                                                                            
○ 종합주의(Holism)
○ 직선적 사고(both and /Linear)
○ 집단의 자율성을 중시
 - 통치자의 명령에 순종

○ 개인의 자유보다 조화가 중요
 - 인간은 상호의존적 존재
○ 관계중심
 - 모든 것을 관계적 관점에서 봄
○ 조화, 화합, 일치(단선율)를 강조
○ 인간과 자연의 융합(도교)
○ 사람들 사이의 화목(유교)
○ 집단구성원, 가족 중시

○ 사물을 전체 맥락 속에서 파악
 - 어떤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선 수없이 많은 관련요인들을 함께 고려해야 함
 - 지나치게 논리적인 사람을 어리석은 인간으로 간주

○ 명사보다 동사를 더 빨리 배움

○ 나란 존재는 타인과의 관계맺음과 그 속에서 부여되는 역할들의 총체일 뿐 결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님

○ 도자기에 가족모습이나 한가로운 농촌풍경이 주로 그려져 있음

○ 동양어는 주로 맥락에 의존
 - 주로 동사 중심
 - 예 : 더 마실래?(Drink more?)

○ 사물의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철학

○ 학교에서 마찰 없이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움
 - 주로 간접화법이 많음

○ 한국광고 : 집단의 선호를 자극

○ 불행은 행복 속에 숨어있다.(공자)
○ 삼강오륜의 행위규범
○ 성공하고 있을 땐 유교도, 실패하면 도교도
○ 유교, 불교, 도교 모두 부분보다는 전체, 사물들의 상호관련성에 초점
○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서    양

○ 개인주의(Individualism)

○ 이분법적 사고(Either or)

○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
 - 개인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존재
○ 그리스는 평민일지라도 왕의
   의견에 반기를 들고 논쟁 가능
 - 논쟁은 저자거리, 의회, 심지어군에서도 국가 중대사는 물론 사소한 문제까지 공개 논쟁
 - 논쟁문화는 독재를 예방하고 민주주의 발달의 초석이 됨

○ 범주화
 - 범주를 알면 어떤 사물이 속하는 특정 범주를 지배하는 규칙을 사용하여 그 사물의 행동을 설명
 - 문제해결 과정에 형식논리를 활용

○ 동사보다 명사를 더 빨리 배움
○ 그리스인의 행복은 아무런 제약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
○ 도자기에 전투모습이나 육상경기 모습이 주로 그려져 있음
○ 영어는 주어에 매우 집착
 - 행위자 중심, 명사 중심
 - 예 : more Tea?(더 마실래?)

○ 사물의 본질을 중시하는 서양철학
○ 학교에서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느끼도록 가르침
 - 무례할 정도의 직접화법을 사용
○ 미국광고 : 개인의 선호를 자극

○ 아리스토텔레스는 회당이나 광장에서 수없이 행해지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들에 염증을 느끼고 어느 주장이 타당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판결해 주는 기준으로 논리학을 개발
○ 미국인들은 자신의 독특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음

  우리나라 말의 전라도 방언 중 ‘거시기’란 말의 의미를 보더라도 관계 중심적 사고에 익숙한 한국인의 정서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 이거나, ‘하려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가 거북할 때 쓰는 군소리 감탄사’이다. 어쨌거나 거시기란 말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딱히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다. 거시기란 말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전체적인 맥락에서 여러 가지 관련요인들을 함께 고려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동서양간의 인지도식 차이를 만드는 근저에는 크게 정치, 종교, 언어, 교육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정치체제를 보자. 이는 서양식 사고의 기원이 되는 고대 그리스 정치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스는 독재가 그리 많지 않았고 설사 독재가 득세하더라도 곧 과두정치나 민주주의로 대체되었다. 개인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었기에 자연스레 논쟁의 문화가 꽃을 피웠다. 고대 그리스의 호메로스가 남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도구로 전사로서의 전투능력과 논쟁자로서의 논쟁능력을 들었을 정도로 논쟁이 시대적 조류를 이루고 있었다. 일개 평민일지라도 왕의 의견에 반기를 들고 논쟁을 벌일 수 있었고 설득을 통해 군중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논쟁은 의회는 물론 시장 통이나 심지어는 위계질서가 엄격한 군대에서 까지도 벌어졌다. 다른 문화권과 달리 그리스는 국가의 중대사부터 사소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공개적인 논쟁을 통해 결정되었다.
  하지만 중국은 전통적으로 오랜 왕권정치 체제를 유지해 왔다. 따라서 모든 개인은 통치자의 명령에 순종하여야 하며 개인의 자유보다는 전체적인 조화와 융합을 강조했다. 왕정 체제하에서 왕권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귀결이다.

  둘째, 종교시스템을 보자. 정치체제는 힘의 논리에 따라 언제나 정치체제에 적합한 종교시스템을 구축한다. 논쟁을 중시하는 그리스의 민주주의 사상과 이에 상반되는 정치체제인 노예제도가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자기해방 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결국 그리스도교의 출현을 가져왔다. 그리스도교의 이념과 사상은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오늘날의 서양식 인지도식을 갖게 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왕정은 왕권 강화를 위해 왕정체제에 적합한 유교와 도교를 탄생시킨다. 유교는 개인보다는 관계중심의 가족, 사회 구성원으로서 조화와 화합, 일치를 강조한다. 속세에서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조화를 강조하는 유교가 발달한 반면 속세를 벗어나서는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강조한 도교가 발달했다. 낮은 신분으로 태어나 정치적으로 빛을 발할 수 없었던 희대의 천재 공자께서 자신의 몸을 낮추고 예법을 세운 데에는 왕정체제에서 살아남으면서 자기실현을 도모하기 위한 유일한 생존전략이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종교를 통해 생존을 위한 가르침을 배우고 이를 전승해 나갔다. 이러한 배움을 통해 서로 다른 페르조나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동양과 서양 또는 국가간 생각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셋째, 언어를 살펴보자. 언어가 인지도식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매우 크다. 서양의 어린이들은 하루에 약 두 단어씩 명사를 학습하는데 이는 동사를 학습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학습속도라고 한다. 반면 동양의 어린이는 명사와 동사를 거의 같은 속도로 학습하며 어떤 종류에 있어서는 오히려 동사를 더 빠른 속도로 학습한다고 한다. ‘범주’ 는 주로 명사에 의해 표현되고 ‘관계’는 주로 동사에 의해 표현된다. 따라서 서양 사람들은 범주 지향적인 반면 동양 사람들은 관계 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넷째, 교육시스템도 마찬가지이다. 변변한 교육기관이 따로 없던 옛날에는 대부분의 교육이 종교사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서양은 주로 기독교를 중심으로 개인의 자율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자유 민주주의 사상을 전수해 왔다. 반면에 동양의 경우에는 유교나 불교 도교 따위의 가르침을 전수하면서 개인 보다는 집단을 강조하고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나 관련성을 중시하는 사고체계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에서 분리된 학교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가가 국민의 인지도식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예를 보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유럽의 역사가 종교에 의한 분쟁으로 점철되어 왔다고 판단하여 엄격한 정교분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의 종교적 색채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주변 국가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도 이슬람권의 여학생에게 히잡 착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니스벳 교수는 동양에서는 학교에서 마찰 없이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주로 간접화법을 많이 사용하는 반면, 서양에서는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느끼도록 가르치고 무례할 정도로 직접화법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최근 한국이든 중국이든 많은 동양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유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청소년기를 유럽이나 미국에서 보내면서 학교 공부는 물론 문화나 언어, 생활습관 따위를 서구식으로 학습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점진적으로 동서양간 생각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 특히 유행에 민감한 나라이다. 어찌 보면 이는 더 이상 도망갈 곳도 없는 대륙의 끝 반도에서 대국의 괴롭힘을 당하며 살아온 역사적 소산일 것이다. 재빠르게 적응하지 않으면 삶을 유지해 나가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생존을 위한 선택이 무의식의 유전인자로 굳혀졌는지도 모른다. 교육은 물론 정치나 종교, 사회, 문화부문에도 미국식 시스템이 널리 퍼져 있다. 아울러 대부분의 기업이 경영시스템을 미국식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점진적으로 동양식 사고와 서양식 사고의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각종 사회시스템을 통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융합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생각의 지도는 어느 특정의 요인에 의한다고 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가 서로 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만들어진다. 과거에는 종교가 주된 교육시스템 역할을 했고 교육시스템은 종교와 더불어 생각의 지도를 만드는 모태를 형성해 왔다. 정치시스템도 자연스럽게 생각의 지도에 따라서 만들어지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상호작용 한다. 언어도 생각의 지도가 편리하게 느끼는 방식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대는 전술한 바와 같이 급속도로 생각의 지도를 가장 바람직한 하나의 방향으로 융합해 가고 있다. 나라마다 각각의 언어체계가 있지만 비즈니스나 정보교류의 차원에서 보면 영어를 중심으로 언어가 통합되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정치체제도 세계가 모두 민주주의라는 단일의 정치 시스템을 지향해 가고 있다. 민주주의는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에서 나온다. 다시 말하면 인간 존중이라는 인본주의에 사상적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종교가 개인의 생각지도를 만드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왔지만 종교와 교육이 분리되면서 앞으로는 교육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 방향은 종교와 달리 통합적 사고를 지향할 것이다. 아울러 이 모든 것들이 인터넷을 통해 매우 빠른 속도로 전파되면서 세계인을 하나로 묶어갈 것이다. 그러면서 종국적으로는 어느 분야든 대부분의 조직이 통합적 사고기반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의 방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를 우리나라의 인사시스템 변화와 중국의 경제시스템 변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