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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들/마지막 리더(2010)

8. 카르마 경영

by 굼벵이(조용욱) 2017.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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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마 경영은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일본의 이나모리 가즈오가 주장하는 경영기법이다. 그는 1959년 교세라를 창업하고 46년간 이끌어 가다 65세가 되던 해에 자신의 인생계획에 따라 회장 직을 사임하고 탁발 승려의 길을 걸었다. 당시 소니 회장은 30년간 재직하고 16억엔의 퇴직금을 받았다. 더군다나 그는 창업자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창업자로 46년간 재직하고도 퇴직금을 6억엔(약 56억원) 밖에 받지 않았다. 이사 진들이 그에게 더 받도록 설득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받은 퇴직금마저 모교인 가고시마 대학 등 교육기관에 전액 기부해 버렸다. 현재 그는 일본 정부의 부름을 받아 위기에 처한 JAL을 회생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는 영혼을 닦아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단순한 원리 원칙을 흔들리지 않는 지침으로 삼아 열심히 일하다 보면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고 한다.
  그는 일을 통해 사람이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일도 완성되지만 사람도 완성된다는 것이다. 일을 통해 인격이 완성되고, 소위 철학은 열심히 흘린 땀에서부터 생겨나며 마음은 날마다의 노동을 통해 연마된다고 한다.
  이를 도쿠가와 막부의 재상 중 한 사람인 니노야마 손토쿠라는 사람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제대로 배우지 못한 농민이었지만 가래 한 자루와 괭이 한 자루를 손에 들고 밭에 나가 꼭두새벽부터 별이 뜨는 밤까지 성실하게 열심히 일을 했다. 단지 그 일만 했을 뿐인데 그는 피폐한 농촌을 풍요로운 마을로 변화시키는 위업을 달성했고 그 업적으로 도쿠가와 막부에 등용되었다고 한다. 비록 배우지 못한 일자무식이지만 행동거지는 귀인과 같은 위엄이 넘치고 신과 같은 기풍이 감돌았다고 한다. 열심히 일하며 정진한 것이 그의 내면을 깊이 갈고 닦아주어 높은 차원의 영혼을 가지도록 해 준 것이다. 일을 통해 일의 완성 외에도 일을 하는 사람의 완성이 이루어진 것이다. 인격의 완성도 역시 일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카르마란 불교의 ‘업’을 뜻하는데 현상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다. 즉 생각한 것이 원인이 되며 그 결과가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생각을 하는가가 중요하며 그 생각에 나쁜 것이 섞여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인생은 마음에 그리는 대로 이루어진다. 강렬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로 나타난다.’라고 하는 우주의 법칙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이다.
  우주에는 모든 것을 바르게 하고 진화 발전시키는 보이지 않는 힘(우주의 의지)이 존재하는데 이 우주의 어딘가에 '지혜의 창고'가 있고,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창고에 쌓인 지혜를 새로운 발상이나 아이디어 혹은 창조력이라는 이름으로 꺼내서 사용하는 것이다. 일을 완성하겠다는 일념과 필사적이고도 한결같은 생각으로 일에 골몰하면 그 대가로 지혜의 창고에 쌓여있던 예지의 일부가 주어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자나 깨나 강렬하게 계속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 몸을 그 생각으로 가득 채우고 피 대신 생각이 흐르게 해야 한다고 한다. 강렬하게 생각하고 끊임없이 바라고 원하여 종국에는 그것을 잠재의식에 까지 이르게 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사물을 복잡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알고 보면 사물의 본질은 단순한 것들의 조합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복잡하게 보이는 것일수록 단순 명료하게 다시 생각해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경영에도 이와 같은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일테면 거짓말 하지 않기, 정직하게 행동하기, 과욕을 부리지 않기,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기,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기 등과 같이 어린 시절에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던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당연한 규범, 선험적으로 알고 있는 당연한 규범을 좇아서 사는 일이 경영의 기본이라고 역설한다.

  그는 또 사람 마음의 중심에 진리와 맞닿는 ‘핵’이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마음은 다중구조로 되어있으며 동심원 모양이 여러 개의 층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깥부터 차례로 아래와 같은 순서대로 중층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2 마음의 구조>


①지성
②감성
③본능
④영혼
⑤진아


  ① 지성은 후천적으로 익히는 지식이나 논리를 말하며
  ② 감성은 오감과 감정 등 정신작용을 움직이는 마음이고
  ③ 본능은 육체를 유지하기 위한 욕망이며
  ④ 영혼은 진아가 현세에서의 경험이나 업을 입는 것이고
  ⑤ 진아는 순수한 자기로 마음의 중심에서 핵을 이루는 것인데 진선미로 차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막 태어난 아이는 배가 고프면 모유를 찾게 되는데 이는 마음의 가장 바깥에 있는 본능이 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감성과 지성을 갖추게 되는데 바깥쪽을 향해 점점 중층적인 구조로 바뀌어간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노화가 진행되면 가장 바깥부터 점점 ‘떨어져 나간다.’고 한다.
  예를 들어 치매가 오면 가장 먼저 지식이나 논리적 추론 등 지성의 활동이 쇠퇴하고 떨어져 나가면서 어린아이와 같은 감정이 표면에 나타난다. 이 감정마저 둔감해지면서 떨어져나가면 본능이 표면에 나타나고 생명력인 본능마저 떨어져 나가면 죽음을 맞게 된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중심부를 이루는 진아와 영혼인데 진아는 마음의 중핵을 이루는 심지로 불교에서는 이를 지혜라고 한다. 이 경지에 도달하여 깨달음을 얻으면 우주를 통찰하는 모든 진리를 알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부처나 신의 생각 즉 우주의 의지가 발현된다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만물이 이 진아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진아는 사랑과 정성, 조화로 가득 찬 진, 선, 미를 겸비하고 있어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들 마음에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이므로 우리는 당연히 그것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영혼은 진아를 둘러싼 옷과 같다. 그 옷에는 각각 영혼이 경험한 생각과 행동, 의식과 체험이 모두 누적되어있다고 한다. 영혼은 수차례 태어나고 변하는 사이에 누적된 선악의 생각과 행동을 총괄하기 때문에 우리 인간의 업(業)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진아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반면 영혼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이는 일면 프로이드나 융이 말하는 무의식의 세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인생이라는 드라마를 의미 있고 충실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날마다 순간을 매우 성실한 태도로 살아가면서 영혼을 갈고닦아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빠져 스스로 불타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일을 통해 자신이 원래 가지고 태어난 마음을 아름답게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 삶의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이와 같은 ‘우주의 법칙’을 뒷받침하는 이론이나 주장 들이 많다. 예를 들면 ‘론다 번’의 ‘시크릿’,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그리고 ‘박문호’의 ‘뇌’에서도 이와 유사한 주장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고 믿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렇다면 굳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얼마 전 타계하신 법정 스님은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 하라’에서 ‘무슨 소리를 듣고, 무엇을 먹었는가. 그리고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으며, 한 일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현재의 당신이다. 그리고 당신이 쌓은 업이다. 이와 같이 순간순간 당신 자신이 당신을 만들어 간다.’고 했다. 업은 하늘이 정한 것이 아니고 자신이 매일 매일 순간을 살면서 쌓아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의 완성을 통해 업의 완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리더는 자신은 물론 모든 직원들이 이와 같은 믿음을 가지도록 해야 하고, 일을 통해 자기 스스로를 완성할 수 있도록 영혼까지 일터에 묻게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