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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신경숙)

by 굼벵이(조용욱) 2019.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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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마른 사람 : 뼈에 도배를 해놓았다는 말은 그를 두고 한 말이리라.

나도 사회풍경도 나아진 게 아니라 다른 모양으로 더 불완전해 졌다는 생각이 든다.

앞날은 밀려오고 우리는 기억을 품고 새로운 시간 속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기억이란 제 스스로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속성까지 있다.

 

고생대 캠브리아기 삼엽충이 진화하여 거미가 되었다는 것, 옛날에는 거미가 땅 속에서만 살았는데 중생대 신생대를 거치면서 땅위로 진출하였다고 한다.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라는 말이 낙숫물처럼 내 가슴속에 똑똑 떨어졌다.

 

롤랑바르트의 글을 읽었는데 거기에 글을 쓴다는 것은 새싹을 하나씩 나누어 주는 것이다 라는 문장이 있다.

 

우리 모두는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차안에서 피안으로 건너가는 여행자일세

그러나 물살이 거세기 때문에 그냥 건너갈 수 없어 우리는 무엇인가에 의지해서 이 강물을 건너가야 해.

그 무엇이 바로 여러분이 하고자 하는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것들이기도 할 테지.

신명을 바쳐 짊어지고 가야할 필생의 일이기도 한 것이네.

 

서로가 서로에게 크리스토프가 되어주는 것이네.

 

랭보는 말했지

세상에서 제일 멋진 일은 값싼 술을 마시고 취한 채 해변에서 드러누워 자는 것이라고.

 

폭력에 이로운 문장은 단 한 문장이라도 써선 안 된다.

 

웃음의 뿌리는 슬픔이기도 한 걸까(유머)

 

생기를 잃고 말라비틀어져있던 포도덩굴에 봄기운이 퍼져 새순이 파랗게 올라오는 게 믿어지지 않아 손톱으로 덩굴을 긁어보았을 때.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가난해 지는 일일 뿐이라는 생각.

 

책을 훔쳐보지 않고는 성장할 수 없다.

 

하얀 소금이 깔린 길을 밟고 걸어가면 맨 마지막에 호수가 나와.

고양이가 사람들을 소금호수로 안내해.

몸이 아픈 사람들이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곳이 그 소금호수였거든.

소금으로 이루어진 호수에 몸을 담그고 살아온 이야기를 고양이에게 들려주지

거기 고양이들은 사람들 얘기 듣는 재미에 빠져 소금호수 입구에 앉아 사람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대.

아픈 사람들이 지친 얼굴로 찾아오면 그들을 데리고 그 하얀 소금 길을 걸어서 호수로 안내하는 거야.

 

불이 꺼질 때마다 제노비스는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숨을 거둘 때까지 칼에 찔린 고통보다 그 공포가 더 컸을 거야

 

나는 사람이 가진 것 중에서 손이 가장자 좋다.

한시도 휴식이 없는 가엾고 고마운 손.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일생을 알 수 있다.

 

손을 잡으면 놓을 때를 잘 알아야 한다.

무심코 잡은 손을 놓는 순간을 놓치면 곧 서먹해지고 어색해진다.

 

한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을 하나씩 통과해 나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가장 고통스러울 때가 생각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때라고 생각해요.

 

​살아있다는 것은 곧 다른 모양으로 변화할 것을 예고하는 일이고 바로 그것이 우리들의 희망이라고 했던 윤교수.

태어나서 살고 죽는 사이에 가장 찬란한 순간, 인간이거나 미미한 사물이거나 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겐 그런 순간이 있다.

 

팔년 만에 발견한 그의 갈색노트에 한 문장을 이어 써넣었다.

내가 그쪽으로 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