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숨김없이 까발릴 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타인의 공감을 얻는 가장 좋은 소설 기법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도 말하고 싶었지만 창피해 하지 못했던 말들을 대신 작가가 쏟아내니 이 얼마나 고맙고 시원한 일인가
이 작가는 내면에 흐르는 자신의 부정적 정서를 숨김없이 글로 쏟아냈다.
내가 깊이 공감하며 배운 글쓰기 방법이다.
아울러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중간 중간에 삽입하여 소설의 내용과 관련시킴으로써 깊은 여운을 남긴다.
외국 소설에 챕터마다 자주 등장하는 글머리 경구를 아예 한 두 장의 페이지에 칼라를 달리하는 글로 전달하는 방식인데 내겐 매우 신선하다.
젊은 소설가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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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즐거운 사람들은 뭘 해도 즐거운 법이지
사실은 비가 성가셨다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흐린 탓이 아니었을까
니가 그렇게 불평이 많고 타인과 세상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가진 게 없어서 그래
니 안목이 남 달라서가 아니고 니가 잘나서도 아니야
단지 가난해서 그래
니 내면과 환경이 경험이 처지가
사실인진 모르겠지만 운명의 상대를 만나면 얘기가 안 끊어진 대요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요
내 경험에 의하면 가치란 건 사랑을 함으로써 만들어지더라
하기 전에 고려된다면 그것은 조건이 될 뿐
가치란 건 원래부터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라는 얘기다
원래부터 소중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내게 소중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것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것을 도와주고 다른 사람은 해 주지 못하는 이해를 해 줌으로써 오직 내게만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것
가치란 사랑이란 그런 게 아닐까
그때 그 사람
아, 저 사람 내가 저래서 좋아했었어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던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을 홀로 기억할 때 그 순간은 나만의 것이 된다
세상에서 제일 강한 충동이 복수심인데 그걸 능가하는 게 궁금증입니다
사람이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뎌야 하는 이유는 이 모든 게 한번 뿐이기 때문
사랑도 고통도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보기 싫은 사람의 전화번호를 함부로 지우지 말 것
누군지 몰라서 받았다가 낭패를 볼 수 있으니까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의 질은 100% 내가 결정한 것
누구 탓을 할 필요가 없다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좀더 열심히 살아 보든가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에게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편해진 관계의 엄연한 공범이다
당신이 나를 이해해 주길 바랐다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 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바라는 것은 상대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이해인 것이다
빈말이라도 좋으니 내가 잘못 했어요 당신 뜻에 따를 게요 가 아닌 끝내 나를 이해해 달라는 말이었던 것이다
사랑이란 결국 상대와는 상관없는 나 자신의 문제이기에 이렇게 엇갈릴 수밖에 없으며 사랑의 그런 영원히 완결될 수 없는 불완전성이야말로 사랑을 영원하게 해주는 요소인지도 모른다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느냐는 물음은 곧 나를 사랑할 수 있느냐는 것
그때부터 헤어지던 날까지 우리가 주고 받았던 것은 결국 서로에게 자신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끝없는 과정들의 연속 외에 다른 게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간의 깊은 대화를 나눈 후에 깨워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머릿속을 내내 지배하는 건 다시 잘해 보자는 결론이 아니라 그 날 주고 받았던 또 다시 상처가 되는 말들
우린 언제까지 이 지겨운 일들을 되풀이해야 할까
나는 어쩔 수 없는 관계의 열등생
늘 틀리면서도 매번 같은 답을 적는다
당신 같이 똑똑한 사람이 왜 어째서 그런 걸 견디고 살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원래 그런 거예요
사람은 학대를 받으면 바보가 되거든요
상처란 건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내 의지로 되는 것은 아니더라
너를 네 자리에 그대로 놓아두는 일이 바로 너를 갖는 길이란 걸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거 알아요
사람은 누군가를 진짜로 사랑하게 되면 그 순간 혼자가 된다는 걸
난 전기를 좋아한다
정말로 솔직한 전기는 대상의 특별함과 위대함을 강조하기보다는 그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 주곤 하기 때문에 자신이 저지른 미숙함이나 실수 같은 것들에 스스로를 너무 가혹하게 질책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관대함을 갖게 해 주었던 것이다
로제 그르니에
94세
국내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의 노작가
아직도 출판사에 매일 출근하고 항상 글을 쓰며 1, 2년에 한번 씩은 꼭 책을 내는 사람
내게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혼자서 조용히 자신만의 화단을 가꾸는 일
명품 짝퉁과 진품의 차이는 어째서 전문가들 밖에 감별해 내지 못할까
그 차이가 미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미세한 차이 때문에 사람들은 큰돈을 지불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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