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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924 나 없으면 회사가 쓰러지는 줄 알았다

by 굼벵이(조용욱) 2021.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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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9. 24 : 비자발급

 

그동안 밀려 있는 일들이 너무 많아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빴다.

우선 인력교류 관련사항 부터 먼저 보고했다.

Y팀장이 나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에 그의 의견을 반영하여 H처장에게 초안을 보고드렸다.

H처장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몇 가지 지적하였다.

둘이 마주 앉아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토론하다가 다른 스케줄 때문에 일단 검토해 보시라며 보고서를 건넨 후 돌아와 정년퇴직예정자 보직변경 방안에 대하여 검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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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S에게서 전화가 왔다.

SHRM에 신청했던 교육이 정식으로 등록되었다는 메일이 왔다며 내게 보내줄까를 물어왔다.

그에게서 Request paper 까지 받아서 관련 철에 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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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관광 여직원으로부터 비자발급과 관련하여 전화가 왔다.

보충 서면자료가 필요하다고 해 그걸 작성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3장에 걸쳐 빼곡히 질문으로 채워져 있었는데 국민학교를 제외한 모든 학력사항 까지 기입하도록 되어있었다.

심지어는 돌아가신 아버지 이름까지도 기입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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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일로 저녁에 야근을 하기 위해 KYB과장과 짬뽕을 한 그릇 하고 있는데 집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경신이 생일인데 생일파티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오랫동안 야근할 수가 없어서 검토서를 대충 마무리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도착하니 행사도 끝났고 생일 케익도 이미 먹은 모양이다.

말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다시 회사일을 불러들였다.

도저히 컴 앞에 앉아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심한 피로감을 느껴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돌이켜보건대, 이런 것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가족의 시선이 곱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듯 나는 언제나 가족보다 회사가 먼저였다.

돌이켜보면 미련스러울 정도로 생각의 방향이 회사에 함몰되어 있었다.

사장보다 훨씬 회사를 사랑했고 내가 없으면 회사가 무너질 줄 알았었다.

말단 과장인 주제에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걸 내게 요구한 사람이 없다.

당연히 그런 나를 잘났다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른다.

저 혼자 그렇게 살아놓고는 나중에는 그런 나를 회사나 주변 사람들이 이를 알아주지 않는다며 배신감에 빠졌다.

특히 1갑직급 승진할 때는 그 아픔이 정말 처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