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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923 내가 추석연휴를 보내는 방법

by 굼벵이(조용욱) 2021.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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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9. 23 : 추석연휴

 

3일간의 추석연휴가 있었다.

연휴 첫날 아침 일찍 잠실OOO 테니스장으로 운동을 하러 나갔다.

전날 전무님과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시는 바람에 차를 회사에 두고 왔으므로 CKH부장 차를 타고 회사까지 가서 차를 가져와야만 했다.

4게임 정도 한 후 근처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었다.

밥은 CJS 과장 내외가 샀다.

C과장은 내외가 모두 테니스를 잘한다.

내외가 운동장을 몽땅 휩쓸었으므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긴 팀이 밥사라고 했더니 C과장 내외가 식사비를 내었다.

KNS는 한 게임 더 하고 간다며 다시 운동장으로 들어갔고 나는 C팀장을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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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출발하면 길이 너무 막힐 것 같아 점심 먹고 늦은 오후에 평택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시간 여유가 되어 우선 영화 블레이드 러너 한 편을 보았다.

썩 마음에 드는 영화는 아니었다.

아내는 시골 가서 먹을 음식을 장만하느라 매우 바빴다.

갈비를 10만원 어치를 사와 갈비찜을 만들고 육개장을 만들었다.

오후 4시쯤 출발했는데 예상대로 길은 막힘 없이 훤하게 뚫려 있었다.

신호등마저 제 때에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파란 불로 착착 이어지는 구간이 많았다.

덕분에 우리는 한 시간 만에 시골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용이네 집 마당 잔디밭에서 성풍이 할아버지가 식구들과 가든파티를 열고 있었다.

드럼통을 절반 쪼개어 만든 구이통에다 삼겹살을 구워내 소주 안주로 삼았다.

거기서 소주 한잔 얻어먹으며 기웃거리다 작은 할머님 댁으로 갔다.

모든 식구들이 한데 어울려 추석 음식을 장만하는 모습이 사랑으로 가득해 보였다.

할머님이 계신 사랑채 작은 쪽방에 들렀다.

올해 99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정신이 맑고 완벽했다.

할머니는 나를 금방 알아보시고는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어두워서 불편해 못 살겠다'면서 '왜 죽지도 않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할머님께 건강해서 참 보기 좋습니다.’ 라고 말씀드리면서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내어 드렸더니 극구 사양하시면서 '노인네가 무슨 돈이 필요하냐'고 하신다.

나 돈 필요 없어!

오히려 내가 너희들을 주어야 하는데 이러면 안돼!” 하신다.

얼마나 훌륭하신 분인가!

그런 분이 계시기에 집안이 더욱 화목할 수 있는가 보다.

저녁 식사 후에는 어디 나대지 않고 고질라 영화 한 편 보고 잤다.

다음날 아침 새벽에 일찍 깨었다.

너무 오래 누워있었더니 허리가 아파서 더이상 누워있을 수 없었다.

바깥마당으로 나와 주차된 차 안에 들어가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네 인생이 너무 짧다를 읽었다.

8시 반쯤 되어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앞 뫼깟에 성묘를 갔다.

나는 아이들에게 성묘하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그것이 올바른 성묘방법인지 아닌지 몰라도 아이들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너희들이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지를 조상님께 묵념으로 전달하면서 그것이 실현될 수 있도록 조상님들이 보살펴달라는 주문을 하라고 했다.

나중에 물으니 호신이는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고 한다.

경신이는 컴퓨터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기를 원했다.

차례를 지내고 밖으로 나가 OO네 마당에서 OO, OO, OO 3형제와 수다를 떨었다.

어떻게든 출세해서 돈 많이 벌면 대우를 받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소싯적 개망나니 OO가 7000만원 짜리 에쿠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자신의 출세를 맘껏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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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정도에 처갓집으로 출발했다.

길이 무척 심하게 막혔다.

형님이 향남에서 정남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장인 어르신은 이미 식사를 마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내 술 시중을 들어 주셨다.

내 옆에 앉으셔서 술잔에 계속 술을 부어주셨다.

술꾼들만 이해할 수 있는 술자리 최고의 매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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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찍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밀린 영어학습부터 하였다.

일주일 내내 밀려 있었으므로 마무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어서 독서통신교육(나에게 값을 매기면 얼마가 될까?) 보고서를 작성했다.

집사람이 경신이 숙제를 도와주라고 해 많은 시간을 거기에 할애해야 했다.

덕분에 무척 바쁜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