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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928 고문관으로 명성이 자자한 나

by 굼벵이(조용욱) 2021.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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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9. 28() : 고문관 나

 

왜 그렇게 마음이 조급하고 바쁜지 모르겠다.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그런 모양이다.

인력교류 관련사항을 협의하기 위하여 RHR부장과 급여팀장 석에서 미팅을 가졌다.

KMS 노무처장을 모시고 대외분야 급여인상 관련 회의도 열었다.

회의가 길어지며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기에 점심식사를 K처장님과 함께 하기로 하였으나 내가 약속장소를 잘못 알아 결국 다시 돌아와 회사에서 식사를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노조의 단협 갱신 요구사항도 나 혼자 감당하기 정말 어렵다.

오후 2시부터 단협 갱신을 위한 제1차 노사협의가 있었다.

당초 약속은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협의하기로 하였으나 PHK 국장이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노사협의회 안건 협의를 위하여 소위원회를 구성해 본 결과 실무자가 사실상의 결정 권한이 없어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면서 모든 것을 계속 본회의에서 다루자고 주장하였다.

그 말을 다시 풀어 이야기하면 나하고 이야기해 보았자 별 소용없으니 더 높은 사람들하고 협의하자는 것과 같다.

불쾌했다.

결국 소위원회에서 이를 다루되 매월 2회 이상 본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나에게 미안한 감이 있었던지 PHK국장이 나중에 올라와 내게 한마디 건넸다.

아침에 노조 자체회의를 진행하던 중 LSD처장이 이와 관련하여 이의를 제기했다고 전한다.

그는 나를 꼭 집어 벌써 나는 이분야 귀신이 되어 나와는 이야기가 안 통하니 그냥 본회의에서 노조의견을 밀고 나가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남들에게 비추어진 나의 이런 강한 인상들을 고쳐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노조와 짝짜꿍하여 노조가 원하는 대로 인심 쓰는 척하며 자신을 높이는 KHC 전법을 사람들은 훨씬 더 좋아한다.

그는 노조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와 많이 다르다.

그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그들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정책을 잠깐동안의 인기몰이로 이어가는 노조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궁극적으로 회사와 노조를 모두 무너뜨리는 처사가 될거라는 생각이 강하다.

아무래도 그들은 전문가 집단이 아니고 정치집단으로 오로지 노조원들의 인기와 더불어 생존하기에 장기적으로 회사 발전에 필요한 깊이 있는 연구보다는 사탕발림에 방점을 둔다. 

그런 나를 노조에서는 '고문관'으로 부를 것이다.

그러나 사탕발림은 당뇨병을 유발해 회사에도 노조에도 치명적인 고통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정 그들을 위하고 회사를 위한다면 그들이 보지 못하는 한 수 앞을 내다보고 사탕발림 보다는 쓰디 쓴 보약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쓰디 쓴 보약만 지어내 애들의 건강을 지켜낸 의사는 시골 산골짜기에서 채마밭이나 가꾸는 무지렁이로 늙어가지만 학교 앞에서 애들을 꼬여 사탕을 팔아 당뇨병을 유발시킨 장사꾼은 쌩쌩 잘 나가 대기업 사장으로 성장하는 게 세상사다.

세상사 어느 것이 옳고 그른가의 판단은 오로지 주관에 맡길 뿐 그 누구도 정의를 강요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