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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1012 오해는 얼마나 쉽게 생기나

by 굼벵이(조용욱) 2021.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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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0. 12() : 오해는 얼마나 쉽게 생기나

 

K과장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내게로 왔다.

엊그제 내가 노사협의회 일정을 잡으려면 먼저 사전에 우리와 조율을 하고 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날을 잡는 바람에 나도 부장도 처장도 모두 참석이 어렵다고 했더니 김과장이 놀라서 노조본부에 갔던 모양이다.

K국장에게 이래저래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려는데 그가 갑자기 화를 벌컥 내면서 노조가 중요하냐 회사 행사가 중요하냐고 따지며 뒤집어 졌다는 것이다.

겁에 질린 토끼처럼 큰 눈으로 그러는 그에게 괜찮으니 그냥 올라가라고 말한 뒤 다른 볼일을 보고 있는데 P국장이 내려왔다.

그의 표정은 쳐다보기 민망할 정도로 심하게 굳어 있었다.

그러면서 지금 노조의 분위기가 인력관리처에 대해 무척 안 좋다는 말을 전해왔다.

P국장을 보면서 속으로

그 사람 되게 무게 잡네.

처음부터 완전히 인력관리처 기를 죽이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구만하는 생각을 했다.

P국장과 오후 3시부터 실무회의를 하기로 하였으므로 이를 보고하러 처장님 방에 가서 일정부터 설명드린 후 인력관리처에 대한 노조의 분위기를 말해주었다.

처장님은 내 보고를 들은 후 누가 그렇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K과장이 K국장을 만났는데 그런 반응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처장님께 인력개발팀장이 K국장하고 동향이라 서로 잘 이야기 할 수 있는 사이고 인력개발팀 업무로 처장님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니 K부장에게 우리 사정을 이해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더니 당신이 직접 하시겠다면서 다이알을 돌렸다.

마침 전화가 통화 중이었다.

처장님 방을 나와 Y팀장과 함께 전무님 방으로 가서 단협 사항에 대하여 설명드렸다.

그리고 막 사무실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하는 음성이 노조 O처장 목소리였다.

반가운 마음으로 네 접니다 처장님!” 하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마자 느닷없이

야 이 개새끼야 실무진끼리 한 얘기를 가지고 쪼르르 처장한테 가서 일러 이 새끼야?

너 이 씨발놈 죽여 버릴 거야.

내가 오후에 전무 방에 내려 갈 거다!”하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는 일방적으로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의 일방적인 매질에 나는 잠시 정신을 잃고 멍해졌다.

바로 처장님 방으로 가서 누구에게 무슨 말을 했는가 하고 물었다.

처장님은 K국장과 통화를 했는데 그리 심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들이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심한 욕설로 내게 불만을 표시할 수 있는가 하고 말했더니 처장님은 발끈 화를 내며 이런 건방진 놈들!!” 하면서 다시 전화기를 들으려고 해서 그러면 내가 또 이간질한 것으로 되어 내가 괴로우니 그러지 말아 달라고 한사코 말렸다.

O처장이 내게 그렇게 말한 것은 나와 그간의 친분이 있기에 스스럼없어서 그렇게 한 것이고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내가 직접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점심 식사를 한 후 그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다.

그에게 오해가 있으면 풀어달라며 그간의 사정을 쭈욱 나열한 후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비열하게 자라온 놈이 아니며 한양조씨 28대손으로 내 조상 조광조는 사약을 받고 돌아갈 정도로 강직한 분이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 후 답장을 기다렸으나 답장이 오지 않았다.

기분도 그렇고 해서 저녁에 K과장과 G과장을 만나 산동반점에서 배갈을 마셨다.

나는 술이 취해 미국행 비행기가 그냥 외계로 날아가 아예 이 땅에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술로 마음의 상처를 달려보려 하였지만 가슴은 이미 한구석이 뻥 뚫려 있어 돌아오는 길이 무척 허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