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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1103-1 진흙탕 속 힘겨운 싸움

by 굼벵이(조용욱) 2021.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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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1. 3.() : 힘겨운 싸움

 

지난 목요일은 단협 노사 실무위원회가 있었고 OOOO의 J부장이 우리 팀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 날이다.

노사 실무위원회는 두 시부터 여섯시 까지 끊임없는 공방 속에 토론이 이루어졌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월요일에 속개하는 것으로 하고 일단 끝을 맺었다.

현 노조는 노조가 요구하는 것들은 모두 들어줘야 한다는 믿음이 지나치다.

처음 시작하는 신출내기 노조 집행부의 잘못된 신념이다.

눈곱만큼의 타협이나 양보 없이 제생각대로만 노사 실무협의와 본회의를 진행하려 하다 보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공전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까지는 어쩔수 없다고 치지만 그들은 그 모든 책임을 회사 측에 미루면서 결과적으로는 나에게 화살을 돌린다.

그걸 나 혼자 감당해 내기가 너무 어렵다.

간단한 예로 OO직군 직원들의 직군전환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인사담당 라인의 모든 실무진 의견은 전체적인 직군 간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이는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지금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고 OO분할이 이루어지면 그때 가서는 하지 말라고 해도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어느 날 부사장이 엉뚱한 자리에서 OO직군 직군변경 문제를 지시했고 반론을 제기할 줄 모르는 회사측 사람들이 급속도로 OO직군 직군전환을 진행시켰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P국장은 노조가 실무진에게 아무리 얘기해도 이루어지지 않던 것을 노조 부위원장이 부사장에게 직접 이야기하니 이루어지더라고 말하면서 결국 노조가 요구하는 사항의 모든 걸림돌은 실무자인 내게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 부사장도 실무진 의견도 청취하지 않은 채 그렇게 함부로 지시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수 차에 걸쳐 노사협의회다 실무위원회다 지랄 염병을 떨었어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들어주지 않다가 부사장이 지시하니까 일이 한 방에 해결되었다며 회사를 아니 실무진인 나를 비웃는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실무위원회고 노사협의회고 다 필요 없고 바로 사장이나 부사장과 상대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그는 내게 푸념조로 이야기 했지만 그런 이율배반적인 경솔한 경영진의 행태가 노조가 나를 불신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언젠가 처장님 만나 이런 문제를 함께 토론하면서 나의 고충을 이야기할 것이다.

P장은 OO직군 직군변경에 대하여 내가 경영진에게 극렬히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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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협 회의가 끝나고 바로 OO사업 관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하여 L부장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그들은 함께 서로 도와 문제를 해결한다는 개념보다는 오로지 제 분야에만 충실할 뿐이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도록 자신의 업무분야를 넘어서 해결점을 찾으려는 노력보다는 현재까지 해왔던 좁은 틀 안에서 자신의 견해와 부합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지적만 일삼았다.

그것은 변화와 개혁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가 아니다.

기획처 입장은 먼저 보수규정을 개정한 후 시행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처는 그 안을 놓고 보수규정을 개정하는 것은 이사회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 두 부서 간 공방에 내가 끼어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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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니 Y팀장은 단협회의 내용을 정리해서 내일 아침 처장님과 전무님께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고는 먼저 L, S, K과장을 데리고 곰바우 집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한 시간여 동안 회의내용 정리를 마친 후 약속장소에 나가보니 그새 술을 얼마나 마셔댔는지 정말 가관이었다.

Y팀장은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한 이야기 또 하며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술을 사는 J부장 입장에서 바라보면 참으로 가관이었을 것이다.

뒤늦게 도착한 탓에 한 쪽 구석에서 몇 사람과 어울려 술잔을 돌려가며 동참하고 장을 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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