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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1031 나를 돌아보는 정말 힘들고 긴하루

by 굼벵이(조용욱) 2021.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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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0 31() : 힘들고 긴 하루

 

 

장기간 해외출장으로 일기 쓰기가 너무 밀렸다.

이번 주말에 해외여행기 까지 곁들여서 일기 쓰기를 모두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영어공부 또한 너무 밀려있어 그것도 모두 이번 주말에 정리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실무해설 공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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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원래 오후 3시에 단협 노사실무위원회가 계획되어 있었다.

그러나 K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노조가 갑자기 단협회의를 다음날로 연기하자는 요청을 해 왔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직원 직급체계 관련 사항 및 초간고시 관련 사항에 대한 검토를 좀 여유를 가지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지난번 사업부제준비팀 자료를 중심으로 다시 재편작업에 들어갔다.

엊그제 처장님과 나눈 대화 과정에서 처장님은 나의 아이디어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어제 오전에 나의 검토서 초안을 읽던 중 내게 97년 직무분석 결과에 대한 자료를 부탁하셨다.

그래서 97년에 엄청나게 고생하며 만든 직무분석 자료를 가지고 처장님 방으로 가서 결과보고를 하였다.

아마도 노조가 이번 노사협의회에서 벼르고 있다는 말을 듣고 뭔가 준비를 하시는 듯하다.

처장님은 나를 바라보며 머리를 흔드셨다.

그래서 나도 저도 요즘 머리가 깨질 것 같습니다라고 응수했다.

사실 요즘 조금 그렇다.

엊그제 P국장이 나를 불러들여 노조 사무실에서 단협 본회의 일정에 대하여 회의를 할 때에도 내게 심하게 으름장을 놓는 그에게

난 모든 걸 비웠습니다. 얼마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하면서 꼬리를 내렸다.

그런 나에게 P국장은 약간 연민의 정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었다.

사실 노조는 인사제도와 관련하여 나를 가장 큰 걸림돌로 보고 있다.

그만큼 내가 인사제도에 대하여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자기들의 주장이나 의사를 관철시키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좋은 표현으로 그는 내게

조과장님은 너무 회사를 위하여 충실히 일을 한다.”는 말을 했었다.

사실 그런 모든 평가들이 내 스스로 만들어낸 자업자득이겠지만 사실 그들을 도와왔던 수많은 날들의 노력을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본질이 왜곡되는 느낌이어서 영 아쉽다.

결국 나는 대인관계에 실패했고 내 스스로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선의나 내가 그들을 위해서 해왔던 모든 노력들이 진솔하게 그대로 밖으로 드러나고 평가되어야 함에도 그들을 위해 행했던 수많은 노력들은 모두 잊혀지거나 감추어진 채 대립적인 모습들만 유난히 부각되어 나를 사실과 다르게 평가하거나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어쨌든 그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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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쯤 되었을까 M로부터 전화가 왔다.

회사 근처에서 Y와 만나고 있으니 시간을 내어 잠시 보자는 것이다.

Y가 서울 올라와 자신의 볼일을 본 후 마침 오늘이 M생일이어서 M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나는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다.

일도 밀려있고 사실 그나이에 주책스럽게 옛 연인인 P를 잊지 못해서 방황하며 앞뒤 정리를 제대로 못한 채 우리를 앞세워 그를 만나고 싶어 하는 그녀의 마음이 내 마음에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찜찜한 마음으로 미루다가 결국 책상에 일거리를 펼쳐놓은 채로 오후 5시 반쯤 약속장소로 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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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르네상스 호텔 뒤편에 있는 복요리 전문점에서 그새 소주 2병을 마셨단다.

6시쯤 도착한 나에게 밥을 먹어야 한다며 복 해장국을 한 그릇 시켜주었다.

이렇게 일찍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Y가 노래방엘 가고 싶어 했으므로 저녁식사를 마친 후 함께 갔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중년 남자가 후줄근한 모습으로 티브이를 엄청나게 크게 틀어놓은 채 썰렁한 노래방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

너무 이른 시간이다 보니 노래방을 찾는 사람이 없어 노래방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아 마음속으로 계속 이렇게 중얼거렸다.

지금 현재에 충실하라!”

그나마 그런 마음가짐을 하고 나니 분위기에 어느정도 익숙해 질 수 있었다.

당초 주문한 한 시간에 서비스 그리고 30분의 추가까지 더하니 도합 2시간은 족히 거기서 보낸 것 같다.

M 차를 내가 몰아 Y를 역삼 역까지 바래다주고 난 후 M네 아파트에다 그의 차를 파킹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어쩐 일로 M를 만났냐는 아내의 질문에 M 생일이라 전화가 와서 만났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지금은 Y의 주책스런 사랑이 훨씬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사랑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