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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1103-2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그 때 그시절 행태

by 굼벵이(조용욱) 2021.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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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도 Y은 술 한 잔 더 하고 싶어 했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 시월의 마지막 밤을 연달아 찾으며 의미 부여하고 OO 인사과장 B에게 반말을 지껄이며 2차를 주문하기도 했다.

마침 먼저 출발한 S에게서 전화가 왔으므로 우리는 노래방 주점으로 길을 돌렸다.

Y는 마치 당연히 예정이나 되어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주점으로 향하더니 OOO를 찾았고 그녀가 나타나자 온갖 추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폭탄주 한잔이 들어가자 OOO에게 별 이상한 행동을 다 해댔다.

견디다 못해 그녀는 사라지고 다른 아줌마가 대신 들어왔다.

아마도 두 여자는 상황에 따라 계속 서로 교체하는 듯하다.

이 여자 저 여자 가리지 않고 껄떡거리면서 여기저기 만지고 온갖 추태를 다 부리더니 체통 없이 광란의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광기가 가라앉고 약간 술이 깨이자 그때부터는 조금 잠잠해졌다.

전에 M부장도 술만 먹으면 한 이야기 또 하며 지나치게 추태를 보이더니 Y은 거기에 별 미친 짓까지 덧붙여 체통을 무너뜨린다.

술을 좋아하는 나의 입장에서 나도 취하면 저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은근 동병상련을 느꼈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길에 B과장은 택시비를 지불하고 먼저 내렸다.

이제는 이 모든 것들이 의미없고 식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미친 짓들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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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OO사업을 놓고 노무처와 기획처의 입장을 조율했다.

서로 방향이 너무 달라 많은 공방이 있었다.

OO팀의 K과장은 자신의 일인데도 무언가 주도적으로 일처리를 해 나가지 못하고 자꾸 내게 의존하려고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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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대학교에서 경영학 강의를 듣는 친구 세 명이 경영학에 관한 인터뷰를 하겠다고 하여 토요일 오전 11시에 예약을 해 놓았었다.

사실 그날이 놀토라 출근 의무가 없지만 다른 일거리가 있는 데에다 인터뷰도 있고 해서 아침 일찍 출근하였다.

녀석들은 11시 정각에 내 앞에 나타났다.

여학생 하나와 남학생 둘이다.

녀석들은 어줍잖은 자세로 내게 입사는 언제 했느냐 애들은 몇이나 되느냐 하면서 나를 안정시키려고 했다.

나는 당신들이 더 긴장되어있는 것 같으니 당신들 긴장이나 풀라고 말한 뒤 그들의 질문에 차근차근 나의 견해를 밝혔다.

나는 사실 회사의 정책이나 정부의 정책과 반대 되는 입장을 견지하는 경우가 많다.

많이 공부하고 경륜이 쌓일수록 회사나 정부의 정책이 많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나 정부 관계자는 대부분 특정 분야에 대해 깊이있는 공부를 하지 않아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녀석이 인터뷰에 앞서 녹취를 해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을 해 왔다.

나는 녹취를 한다면 자유스럽게 나의 입장을 이야기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말하고는 그들의 질문 전반을 리드해 나갔다.

여학생은 조금은 감탄하는 눈치 같다.

녀석들을 중국집 산동반점으로 데리고 갔다.

선우 욱이가 따라 나와 내가 사비를 지불하지 않도록 그냥 치부책에 싸인만 해 놓을 것을 부탁했다.

배려심이 많은 아주 고마운 친구다.

나는 내가 돈을 지불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동안 Y이 한 행태를 보아서는 한 번쯤 나도 회사비용으로 식사비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산슬과 배갈을 한 병 시켜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이 잘 먹기에 양장피도 하나 추가했는데 겨자가 너무 많이 들어갔는지 아이들이 그걸 잘 먹지 못했다.

그중의 한 녀석이 서라벌 고등학교를 나왔다고 했다.

그 때부터 반말이 시작되었고 내가 그동안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낀 점들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는 나이 40이 넘어서야 현재의 삶이 중요함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도 했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고 과거는 현재의 축적임을 모르고 과거에 연연하며 지나친 자존과 자만으로 살아온 인생에 대한 후회를 이야기했다.

새로운 삶을 위해 제대로 된 현재를 살라는 한마디 명제를 던져주고 길가에서 엿 한 봉지를 사 건네주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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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L과장과 Y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모든 과장들이 그의 그런 행태에 지쳐 있었다.

그는 처장 전무 등에게 줄 해외여행 선물을 해외에서 L과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회사 비용으로)양주 다섯 병을 사놓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정말 대경실색했다.

그가 해외여행 중에 보여줬던 행태는 정말 너무나도 치졸했었다.

밥 한 그릇 먹는 것도 아까워서 바들바들 떨며 먹고 싶은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게 한 그였다.

저녁식사로 한두 번 20불 넘어가는 음식을 먹었더니 샌앤토니오 래디슨 호텔 정문 앞에서 내게 정색을 하며 너무 잘 먹으려고 하지 말라고 충고한 그였다.

우리가 거지도 아닌데 그는 모든 식사를 그저 2, 3불짜리로 때우려고 들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거지 같은 근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K과장이 내게 부탁해서 전해준 壯途비만 해도 50만원이고 OO지사 H과장이 전해온 50만원, C부장이 전해온 20만원을 L과장이 전해주었다고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자리를 얼쩡거리면서 직거래로 전해준 장도비만 해도 천만원은 족히 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거지 같은 행태를 보였던 것이다.

L과장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모처럼 해외 나갔으니 그동안 고생했다며 자기가 한턱내고 분위기를 리드해야 맞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런 그가 그의 마누라를 위하여 1900불짜리 다이아몬드 원석을 사는 것을 보고 내가 손을 들었다.

그것도 내가 얼굴 검은 상점주인에게 온갖 알랑을 떨어가면서 네고해서 200불을 깎아 사 준 것이었다.

그 말만은 차마 L과장에게 할 수가 없었다.

하느님이 계시다면 다 보고 계실 텐데 왜 그런 사람들은 잘 나가고 정말 나이스하고 젠틀한 사람들은 어려운지 모르겠다.

L과장과 잠시간 수다를 떨다가 근로기준법 숙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8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