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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1125 앞뫼깟 무명묘소

by 굼벵이(조용욱) 2021.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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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1. 25() : 앞뫼깟 무명묘소 2

 

김장을 하러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시골집엘 갔다.

아내는 목욕하고 화장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아침 길은 교통 혼잡이 없어서 좋았다.

9시가 되기 전에 도착하여 아침 식사를 시골집에 가서 했다.

OO엄마, OO엄마, OO엄마, OO엄마, OO엄마가 모두 모여 김장을 도왔다.

은희와 은희 신랑도 함께 왔다.

OO엄마와 OO엄마가 나에게 배추속을 버무리는 작업을 도와달라고 해 속 버무리기 작업에 동참했다.

나는 안중에 나가 점심 찌개거리로 동태와 새우 그리고 바지락을 사가지고 왔다.

 

앞뫼깟에 올랐다.

납골묘로 모시기 위해 선대조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묘소를 파헤친 자리가 영 허전하다.

근원을 알 수 없는 무명 묘 두기는 그대로 있었다.

다른 묘소보다 봉분이 더 큰 무명 묘소여서 내게 커다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유달리 손이 귀하여 외아들로만 이어진 우리 조상님들인지라 아마도 손을 보지 못한 장손이거나 시집 못가고 돌아가신 분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은아버지가 그분들을 납골묘에 함께 모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형도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은 듯하다.

나는 아버지와 조부모, 증조부모 묘소에 참배를 한 후 산을 한 바퀴 돌았다.

엄청 큰 도토리나무가 길모퉁이에 서 있어 많은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들었다.

동네 사람들이 그걸 베어달라는 주문을 했지만 형이 이를 묵살해 왔다.

나도 형에게 동네사람들의 의견대로 할 것을 권고했지만 형은 토지 경계에 있는 그 나무를 베면 계속 도로를 파고들어 결국 자신의 토지가 줄어들기도 하려니와 설령 그렇게 해준다고 해서 동네사람들이 고마워하기 보다는 그런 공도 모르고 오히려 자신에게 손가락질이나 한다며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이를 베지 않겠다는 생각을 굳게 가지고 있었다.

형은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을 가졌다.

도로변의 나무들은 오가는 경운기나 자동차와 부딪히면서 까지고 패여서 옆구리가 헐어 곧 쓰러질 듯 하였다.

나는 이를 형에게 설명하며 자칫 잘못하면 나무가 쓰러지면서 OO네 축사를 덮쳐 재산상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으니 빨리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이 과연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모르겠다.

 

OO네는 내 토지 위에 콘크리트 도로를 깔고 완전히 자신의 터전으로 굳혀갔다.

마음이 많이 상했지만 사는 동안 편히 살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두기로 하였다.

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우리 아버지나 할아버지께 그동안 해 오신 일들을 생각해서도 내가 너무 야박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산을 돌아 나오는 끝자락에 커다란 오동나무 한그루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작은아버지께 무명묘소에 관하여 말씀드렸다.

작은아버지는 이에 대한 일 처리를 형 몫으로 돌리셨다.

처음에는 내 의견에 매우 부정적이시더니 나의 추론을 들으시고 그 묘소를 그냥 내버려 둔 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가지시는 듯하다.

형은 이런 일에 사실 적극적이지 못하다.

납골묘로 함께 모실 수 없다면 화장이라도 하여 어떻게든 유골을 제대로 정리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아버지께 축문과 관리 수첩을 전달해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