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1226 보고싶은 K과장 막내딸

by 굼벵이(조용욱) 2021. 10. 12.
728x90

2002. 12. 26

S과장이 저녁에 다른 약속이 없냐고 물어왔다.

Y가 술 한 잔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누군가 그와 술을 같이 할 상대를 붙여줘야 하는 총무의 애환이 애처롭다.

그러나 다른 모든 과장들이 약속이 있어 그를 위한 저녁 모임 주선은 자연스럽게 취소가 되었다.

KDS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른 약속 없으면 KHM위원장과 함께 저녁식사나 하자는 것이다.

6시 무렵에 K위원장과 K과장 M사장과 함께 K과장 집 근처 세꼬시 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다.

4명이서 8병이나 마셨으니 대단히 많이 마신 술이다.

맥주를 한잔 더하자고 해서 흑맥주까지 한 잔 씩 더하고는 집으로 오려는데 K과장이 자기 집에 가자며 취객의 발길을 끌었다.

빵집에 들러 빵을 조금 사서 K과장 집에 갔다.

K과장은 집 베란다 전체를 분재로 채우고 있었는데 주기적으로 물줄기를 뿜어대는 자동 급수시설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로 분재 매니아였다.

내게 무언가 그 중 하나를 주고 싶어 했는데 나는 그걸 가져다가 죽일 것 같아 거절하였다.

K과장은 딸이 둘인데 큰딸은 5학년이고 작은 딸은 유치원생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꼬마 녀석이 귀여움을 떨면서 내게 그림책을 가져왔다.

잘 그렸다고 칭찬을 해 주었더니 이번에는 크레파스를 들고 오더니 내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했다.

애 엄마가 아이에게 이제 그만 하고 들어가 자라고 했다.

나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시간이 늦은 줄도 모르고 계속 앉아있었구나 싶어 황급히 일어났다.

꼬마 녀석은 그 그림을 내게 주겠다고 했다.

괜찮다고 했는데 그 녀석은 그 그림을 이미 스케치북에서 뜯어내고 있었다.

부랴부랴 집을 나와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으려니 K과장이 옷도 제대로 안 입고 내 뒤를 쫓아 나와 그 그림을 내게 건네주었다.

그 그림을 소중히 가슴에 품고 집에 왔다.

 

(그런 아이를 보듬고 안아주며 용돈이라도 주었어야 했는데 그 땐 바보처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늦었지만 대신 녀석 시집갈 때 부조라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