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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달까지 가자(장류진)

by 굼벵이(조용욱) 2021.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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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후기에 보면 '​흙수저 여성 청년 3인의 코인 열차 탑승기'라고 압축하여 이 소설을 설명하고 있다.

작가는 나와 한세대를 달리하는 젊은 세대고 그 세대의 생각과 시대정신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아울러 작가가 후기에서 고백하듯 현재적 관점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 간절히 소망하는 것을 소설을 통해서라도 이루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주식이나 가상화폐 따위의 방법을 통해서라도 달성해 보려는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을 담고 있다.

그것도 그냥 적당히 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것을 걸고 '오징어 게임' 처럼 목숨 걸고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게임을 한다.

미화된 해피엔딩이 젊은이들에게 진실처럼 여겨져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된다.

하지만 그녀는 고전을 빌어 삶의 정답도 제시한다.

 

'​그나저나 아까 그쪽에서 구매팀 강은상이 얘기했지

나도 그 얘기 들었는데 솔직히 그게 부럽나?

그게 좋을 것 같아?

좋을 것 같지?

알고 보면 절대로 좋은 게 아니야

중국 송나라 시대 학자중에 정이라는 사람이 한 말이 있어

인생 삼불행 인생에 세가지 불행이 있다는 말이야

일단 첫째로 有高才能文章 뛰어난 재능을 타고나는 거

능력이 애초에 날 때부터 출중하다 보니 어떻게 되겠어

노력을 안하는 거야

타고난 재능은 딱 거기까지 일뿐인거야

결국 가진 재능을 갈고 닦지를 못해

그럼 빛이 바랠수밖에 없는 거야

자기 자신을 과신하면 그렇게 밖에 더 못 뛰는 거지

그 다음 둘째는 席父兄弟之勢 부모 형제의 권세가 대단한 거

그게 그 다음 불행이란 말이야

부모의 재력과 권력 그런 것만 믿다 보면 결국 자기 자신이 일구어내서 열매 맺는 경험을 못하는 거지

노력을 할 의욕이 안 생기는거야

기대서 안주 할 뿐이라고

그러면 사람이 말이야

발전이 없는거야

발전이 없으면 도태 되는 거고

그리고 마지막이 뭐냐

少年登科一不幸이야

일불행이 무슨 뜻이야

제일로다가 불행하다는거야

소년등과 하는것

너무 어린나이에 과거 급제해서 출세를 하면 인생을 살아 보기도 전에 삶에 대해 교만해져 버리는 거야

그게 행복해 보여도 사실은 불행의 지름길인 거지

삼불행중에 이게 가장 큰 불행이야'

 

이걸 뒤집으면 삶의 정도가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은근히 그걸 뒤집지 않아도 정도가 보이는 것처럼 소설을 이끈다.

하지만 그녀가 한 세대 30년을 더 살아보고 지나온 삶을 관조해보면 송나라시대 정이가 한 말이 진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녀의 그런 태도도 어찌보면 지금의 내가 송나라 정이의 생각을 부정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소년등과해도 교만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해피엔딩으로 이끌어갈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0년에 가까운 내 직장생활을 반추해보면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소년등과한 친구는 대부분 많은 적을 만들며 마지막에는 낙마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토끼와 거북이는 결승점에 나란히 도달하는 것 같다.

그게 하나님 뜻이고 공정이며 상식인 듯하다.

 

"​예전에 언니가 그랬잖아

돈의 속성을 알아내고 말거라고

돈이 어디로 가는지 어느쪽으로 흐르는지 그런 것들을 밝혀 낼 거라고 그랬었지

그거 알아냈어?"

내게서 시선을 거두며 잠시 먼 곳을 응시 하던 언니가 다시 입을 뗐다

​"응, 이제 알 것 같아"

"어느 쪽으로 가는데?"

여전히 시선을 바다에 둔 채 언니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돈도 자기 좋다는 사람한테 가는 거야"

 

하나님이 약육강식, 아비규환의 세상을 만들면서 해법으로 사랑을 제시하셨다.

개나 고양이도 사랑을 안다.

배우자 고를 때도 잘 생기고 잘난 척 하는 건 아무 소용 없고 그저 자기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만 고르면 된다.

오히려 못 생긴게 더 무던하게 지치지 않고 사랑해준다.

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