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206 노사합동 사업소 실태조사

by 굼벵이(조용욱) 2021. 11. 19.
728x90

2003. 2. 6()

출장복명을 대신해 처장님께 보낼 메일 초안을 작성했다.

 

2. 4일 OO지점에 이어 2. 5, 6일 양일에 걸친 OO지사 실태조사를 마쳤습니다.

OO지점에서는 KH지점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강한 반대의견을 피력하셨습니다.

지난날 조직관리부장으로 재직시에 있었던 다양한 일화들을 말씀하셨는데 OOO이 죽일 놈, OOO이 회사 팔아먹은 놈 하시면서 울분을 토해내시더군요.

당시에 당신이 검토했던 내용을 10년이나 앞당겨 시행했다고 하시면서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라던 OOO이가 돌아서서 완전히 배신을 때렸다고 하시더군요.

집무실 안에 빛바랜 일본어 책들이 널려 있는 것으로 보아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하시면서 퇴직을 준비하고 계신 듯했어요.

******************

 

처음부터 노동조합을 조금 경계하긴 했지만 얼마나 심하게 달라붙는지 도저히 그들을 뿌리칠 수는 없었어요.

그들은 이미 조직적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나의 실태조사 계획을 홍보하고 다니면서 마치 회사가 자신들의 의견을 들어주기 위하여 실태조사를 나온 것인 양 선전을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OOO본부노조 위원장을 포함하여 온 노조가 안테나를 이곳에 맞추고 보이지 않는 압력을 어찌나 심하게 가하는지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인터뷰에 응하는 여직원들은 어디선가 교육을 받은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천편일률적으로 절실하게 자신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사업장으로 선정된 만큼 자신들이 잘못하면 전국에 있는 별정직 직원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책임의식까지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들은 여러 차례 전국에 있는 노조간부와 조합원으로부터 메일과 전화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하더군요.

아마도 본부노조 차원에서 보이지 않는 공작(?)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상 그들은 OO지점에 2차례나 나가 사전교육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OO지사에서는 아침부터 따라붙어 밤 잠자리에까지 OOO노조지부장(그분이 OO협 회장입니다)이 찾아들었습니다.

호텔 방에서 맥주를 시켜 함께 마시고 갈 정도로 철저하게 저를 마크하는 바람에 오랜만에 친구들이랑(OO처 같이 근무했던 OOO 과장과 제 동기) 회포 좀 풀려던 제 계획을 망가뜨렸습니다.

하는 수 없이 병든 병아리처럼 꼬박꼬박 조는 모습을 보이자 그제야 일어서서 가시더군요.

정말 독한 노조입니다.

*******************

 

지금까지 인터뷰 결과 가장 부각되는 문제점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OO사업장의 가장 큰 문제는 직무명세서대로 일을 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과 일을 시킨 만큼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직무를 일반직원, 기능직, 별정직이 구분 없이 수행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대민 접촉이 많은 일선에 가장 불만 많은 별정직 직원들 중심으로 포진되어 있었습니다.

OO지점 별정직 직원 중 한 사람은 신학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똑똑한 분(OOO담당)이었는데 일반 사기업의 예를 들면서 상용원에게 업무의 한계를 정하여 일을 시키고 거기에 상응하는 처우를 한다면 이해가 가지만 업무의 한계도 없이 오히려 일반직원이나 기능직에 비하여 노동 강도가 더 높은 업무를 시키면서 우리를 이렇게 처우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OO분야의 인사정책이나 운영이 정말 한심하기까지 했습니다.

별정직은 그나마 낫습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OO정리원입니다.

어느 지점이나 지사 치고 OO정리원을 쓰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OO지사에도 4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파견근로자도 아니고 사업주도 아니며 우리공사 직원도 아닌 것이 도대체가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업무는 일반 직원이나 다른 별정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근로계약은 어정쩡한 연단위로 일용직 계약 형태를 취하고 있고(과거에는 3년 단위로 계약을 했다고 하더군요) 직원이 아니라고 하면서 처우는 직원과 비슷한 도대체가 그 근거를 알 수 없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통상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는 갑작스레 업무량이 증가하거나 휴가 등으로 당해 업무 처리가 곤란하여 잠정적으로 일정기간 일손을 빌리는 곳에 사용하여야 하는데 OO정리원의 경우는 계약은 일용형태로 상시사용 업무에 10년 넘게 계약을 반복갱신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경우고 언젠가는 터지게 될 폭탄과도 같은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말씀드리면 판매사업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대체로 별정직이든 기능직이든, 일반직이든 개인별 능력에 따라 우선 급한대로 아무 곳에나 사용하면서 그에 대한 보상은 회사가 정한 지급기준(일반,기능/별정직 임금표)에 따라 지급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판매사업단의 별정직 인사는 예로부터 회사가 정한 룰을 어기고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많았었나봅니다.(OO관리원, OO전기원 문제도 그러함)

인사분야에 관한 한 판매분야는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하기에는 너무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OO관리처는 아마도 직무명세서에 정한 정도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 OOOO관리처 들러 일 보고 월요일에 출근하여 간단히 보고 드리겠습니다만 우선 그간의 느낌을 글로 담아 출장복명에 갈음하고자 합니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