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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211 왜곡된 승진운동

by 굼벵이(조용욱) 2021.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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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2. 11()

 

L과장이 전화해 잠깐 만나잔다.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최근 직급대우제 도입이다 뭐다 해서 승진 인원수를 늘린다고 하니까 이미 승진가능 연도가 경과되어 이전 같으면 조용히 있어야 할 사람들까지 벌 떼처럼 일어나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난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모두들 초조한 마음에 일도 제대로 못하니 윗선에 이야기해서 승진인사가 빨리 이루어지도록 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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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처장님께서 OO제와 OO제도 관련 검토서를 들고 부사장님 방에 가서 오랜 시간 동안 말씀을 나누시는 바람에 오후에야 처장방에 들어가 노사협의회 관련 몇 가지 진행사항을 보고하면서 정보제공 차원에서 임과장이 말한 동향을 말씀드렸다.

처장님은 그동안 당신이 승진심사위원으로 들어가 심사하며 느꼈던 것들을 말씀하시면서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술 사고, 밥 사고 선물 산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높은 평가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과거의 승진제도 하에서는 처장님 말씀이 어느 정도 맞지만 그동안 너무 많이 왜곡시켜 놓았기 때문에 지금은 모두들 사외에서 연줄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고 사내에서도 심하게 승진운동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말씀드렸다.

든든한 줄 잡으려고 돈 싸들고 외부 브로커를 찾아가는 이도 있다는 L의 이야기도 전했다.

처장님도 J사장과 C사장이 와서 제도까지 바꾸어가며 승진 분위기를 흐려놓은 부분에 대하여 인정하셨다.

내 이야기에 처장님도 조금은 놀라는 기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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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국장을 불러 처장님 방에 함께 갔다.

일부러 그러는지 P국장은 한참 동안 뜸을 들이다가 내가 다시 전화를 걸어 동행을 요청한 뒤에야 나타났다.

그는 파견자 관련 노사협의회 요청 건에 대하여 두서없이 이야기를 엮어갔다.

그런 그를 설득하기 위하여 처장님이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파견자에게 무언가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그 날 만큼은 서로 얼굴 붉히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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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장님 방을 나와 P국장과 차를 한잔 마시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촉탁 OO원 관련사항과 별정직 OO원 관련 사항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하였다.

그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상기시키면서 무언가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그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잘 부탁한다면서도 뜻을 굽히지는 않았다.

참으로 힘든 노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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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과장에게 전화해 소주나 한 잔 하자고 했다.

L과장과 함께 일미 쌈밥집에 가서 처장님과 나눈 대화를 이야기해 주었다.

어느새 자기 와이프에게 전화를 했는지 그의 처가 인천에서 회사까지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는 처에게 맥주 한 잔 더 하고 싶으니 30분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러지 말고 얼른 들어가라며 차 안으로 그를 들이밀었다.

그를 보내고 치킨 집에서 치킨을 한 마리 튀겨서 당직을 서고 있는 Y에게로 갔다.

Y가 엄청 고마워한다.

집에 오니 집사람이 자기는 기분 나빠 죽겠는데 웃으며 들어온다고 빈정거리며 뭔 일인지를 물었다.

기분 나빠도 좋게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하라고 했더니 그런 말은 더이상 듣기 싫단다.

집사람은 그런 지혜로운 삶의 방식을 나로부터 듣는 것을 거부하는 듯하다.

내가 지금껏 잘못된 방식으로 집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 온 탓인지도 모른다.

컴 앞에 앉아 밤 12시가 다 되도록 채팅을 했다.

부천에 사는 오남훈 이라는 친구가 자신이 겪어온 어려운 삶과 지금까지의 성공담을 나누었다.

모두들 울고 웃으며 어렵고 힘들게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완전히 온실 속의 화초다.

그렇지만 난 아직 무슨 일을 하든 남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