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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417 숙취감조차 느낄 수 없는 초긴장 속 하루

by 굼벵이(조용욱) 2021.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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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4. 17()

어제의 술로 심한 숙취감을 느꼈다.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괴롭고 늘어지며 눈이 감겨 정말 누워 쉬고 싶었다.

그러나 웬걸 갑자기 전무님이 호출하신다.

내려가 보니 청렴도 제고를 위한 윤리경영 실천계획을 좀 더 광범위하게 종합적으로 구성하라면서 그것도 1시간 이내에 보고서를 가져오란다.

갑작스런 긴장감이 숙취감을 뒤로 보냈다.

김처장의 스타일은 나와 무척 다르다.

자기가 직접 보고서를 만들고 그가 만든 보고서를 내가 글자 하나도 손대지 못하도록 한다.

일단 그와 내가 동시에 각자 검토했고 그걸 내가 합쳐서 하나의 보고서로 만들다 보니 내가 만든 편제가 조금 돋보일 수밖에 없다.

그걸 본 김처장은 내게 고집이 세다면서 또 한 번 발끈 화를 내었다.

그동안 노조와 각을 세워온 나는 사실 노조든 회사든 한고집 하는 사람으로 소문나 있다.

그걸 은근히 빗대어 한 말일 게다.

그런 그의 불만 표출을 자연스럽게 넘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걸 못해 많은 사람들이 그를 힘들어 한다.

날은 더운 데 숙취에다 김처장 짜증과 독촉이 이어지는 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부랴부랴 보고서를 만드느라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결국 5시에 보고서를 완성하여 전무님 스크린을 받았다.

오후 530분경에 전무님이 사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하루였다.

퇴근하면서 Y가 순대국 한 그릇 하고 가자고 해 함께 식사하고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