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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414 컴뮤니케이션 오류가 가져오는 것들

by 굼벵이(조용욱) 2021.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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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4. 14

 

아침에 처장주재 회의를 다녀온 Y는 팀내 회의를 소집하여 처장실에서 있었던 회의내용을 전달해 주었다.

이번 주는 무척 바쁠 것이라며 제일 먼저 내게 전적 추진 일지를 쓰라고 지시했다.

오전 내내 힘들게 일지를 정리하여 오후 2시쯤 처장님께 가져갔더니 처장님은 그게 아니고 전적 진행 현황을 작성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처장이나 전무가 현재 얼마나 전적이 추진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문이라는 것이다.

전적 실적이 부진한 자회사는 적극적으로 독려할 수 있도록 자회사별 전적 현황을 파악해 달라는 것을 Y가 잘못 알아듣고 엉뚱하게 전달한 것이다.

종종 우리는 이런 잘못된 의사소통으로 인하여 徒勞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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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님이 Y에게 전화를 했다.

승진 관련 청와대 진정 건에 대한 검토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물으셨단다.

부랴부랴 전무님 방에 내려가서 그동안 검토한 내용을 보고했다.

나는 그걸 검토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날을 투자했는지 모른다.

전무님은 검토서를 읽으며 일부를 수정하시고는

청와대에 가서 설명을 해야 할 텐데...”

하며 걱정하셨다.

나는 곧바로 비서실장에게 가서 청와대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K과장이 아마 알 것이라고 했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공과장이 돌아와 내게 전화해 청와대 연락처를 가르쳐 주었다.

나는 곧바로 청와대에 연락을 취했다.

민정수석실 여비서관이 전화를 받아 그들의 업무체계를 설명해 주었다.

만일 특별한 설명을 요할 경우에는 공문형식으로 발송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fax로 그 내용을 송신하면 된다고 했다.

청와대를 오가며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인 듯하다.

나는 다시

그럼 이에 대한 검토서를 fax라도 넣을까요?”

하고 물으니 그녀는 업무참고용으로 보낸 것이니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그럴 필요도 없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이런 내용들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면 내가 그 많은 날 헛고생할 필요조차 없었던 것이다.

청와대 문서라니까 지레 겁을 먹고 사장 이하 모든 사람들이 전전긍긍했던 거고 덕분에 나만 개고생한 거다.

이토록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도처에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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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처럼 일찍 들어와 청국장에 저녁식사를 했다.

참 맛이 좋았다.

지난번 시골에 갔을 때 작은 어머님이 주셨던 청국장이다.

식사를 하면서 숙부모님 내외분의 깔끔한 삶에 대하여 와이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