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505 어린이날의 가정불화

by 굼벵이(조용욱) 2021. 12. 30.
728x90

2003. 5. 5()

어린이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작성하다 만 경영도서 보고서를 끝냈다.

어제 하던 회사 일을 마무리 지어야 했으므로 회사에 출근했다.

누군가 함께 운동할 사람이 있으면 운동을 해야겠다는 욕심에 테니스 가방을 차에 싣고 먼저 잠실테니스장에 들렀다.

한 조가 마련될 수 있어 두 게임을 한 후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P이사장도 함께 식사했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캐나다로 보낸 기러기 아빠인데 듣기로 병원 몇 개를 운영하는 이사장이라고 한다.

에쿠스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돈깨나 있는 듯 행세를 한다.

하지만 그동안 그와 몇 번에 걸쳐 점심식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가 밥값을 내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내가 밥값을 내려하자 P부장이 일어나 극구 내려 하는 바람에 내가 10,000원을 그가 22,000원을 내었다.

식사 후 곧바로 회사에 출근했다.

이것저것 정리할 것이 많아 일을 마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린이날이라 아내와 아이들이 무언가를 기대할 것 같아 아내에게 전화해 저녁에 외식을 하자고 했다.

날이 날인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자고도 했다.

하지만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3번에 걸쳐 통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모두 벌거벗은 채 안방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물으니 딱히 무얼 먹고 싶다는 답도 없어 그럼 보쌈이나 시켜 먹자고 말한 뒤 컴퓨터를 켜고 영어 공부를 하였다.

아내는 화가 나서는 퉁퉁거리며 그냥 집에서 먹자고 하더니 곰국을 데워 밥상을 차려놓았다.

먹다 보니 밥도 모자라 더 달라는 작은 놈의 허기를 채우지도 못했다.

더군다나 그녀는 아예 밥 한술 뜨지 못한 채 굶고 있는 상태다.

그러는 그녀를 달랠 심산으로 밖에 나가 김밥과 만두를 사왔다.

그녀에게 식사를 권했지만 그녀는 안 먹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았다.

그녀는 무언가 속이 상했는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듯했다.

코를 뺑뺑 풀어대는 소리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그녀가 울고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은 일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일 때문에 아이들에게 어린이날조차 제대로 챙겨줄 수 없어 생겼던 가정불화의 한 단면이다.

오로지 회사일에 매달려 치열하게 앞만보며 살았다.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나도 참 바보같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