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5.29(목)
오늘은 비교적 조용하게 하루가 지나갔다.
아침 출근과 더불어 아침 인사 겸 엊그제 내게 부탁한 ‘상임이사 유고 시 직무대행에 관한 보고서’의 수정사항도 가져다드릴 겸 처장 방에 들렀다.
出必告 反必面은 직장예절의 기본이다.
어제 온 우편물을 뜯으며 정리하고 계시던 처장님이 왜 왔느냐고 물었다.
아침 문안 인사차 왔노라고 말씀드렸다.
처장님은
“자리를 마련하여야 하는데 영 경황이 없어서...”
하면서 내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잠시 처장 방을 서성대다가 겸연쩍게 방을 나왔다.
사업소장 업무출장 제도를 부사장님께 보고하고 오라는 지시를 받고 그걸 들고 부사장 실로 가 설명을 드린 후 서류를 가져다 처장님께 가져다드렸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보고서를 들고 사장실에 들어가 설명하는 걸 영 내키지 않아 하는 것 같아 그건 지참 보고 하지 말고 그냥 사장실에 넣어두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로부터 한참 후 L과장이 그 서류를 내게 들고 와 '사장 심기가 별로 안 좋은 것 같으니 오후 5시쯤 해서 사장실에 넣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처장님 말씀을 전했다.
건네받은 보고서를 들고 5시 15분경에 사장실로 내려가니 사장은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일찍 퇴근해 버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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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동 쌍용아파트 우리 집을 팔기 위하여 벼룩시장과 교차로, 가로수를 차례로 들러 집 매매 무료광고를 실었다.
아울러 금호아파트 상가에 위치하고 있는 인터넷 광고 전담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집을 내 놓았다.
내 전화를 받은 최실장 이란 여자분이 우리집을 다시 부동산 114와 부동산 뱅크 등에 게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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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찍 귀가했다.
경신이가 제 어멈에게 눈이 안 보인다며 안경을 바꿔달라 했다는 것이다.
안경을 바꾼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아직 다시 바꿀 만큼 눈이 나빠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경신이를 데리고 씨채널 안경점에 들렀다.
예의 그 젊은 사람들이 아직도 안경점을 예쁘게 차려놓고 운영하고 있었다.
검사를 시켜보았더니 한 단계 정도만 나빠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직감적으로 경신이가 현재 쓰고 있는 안경테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를 바꾸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는 전에 무테안경을 갖고 싶다고 했었다.
경신이가 열심히 진열대 위에 놓인 안경테를 구경하더니 금테안경을 가리키며 그걸 한번 끼워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주인을 불러 경신이가 가리키는 안경테를 꺼내어 끼워보게 했다.
그가 가지고 싶어 하는 건 원래 무테안경이란걸 나는 안다.
하지만 활동이 많은 어린아이에게 무테안경은 매우 위험하다는 나의 설명을 듣고 반 무테안경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그는 열심히 가격표를 살피더니 그게 얼마냐고 물었다.
주인이 팔만원이라고 하자
“어휴! 되게 비싸네.” 하면서
“그럼 일단 고장 날 때까지 끼우다가 나중에 할래요. 아빠.”하는 것이었다.
녀석이 그래도 나이가 조금 들은 모양이다.
가지고 싶어 하는 걸 그냥 갖도록 해줄까 아니면 그의 의견을 존중하여 자기 의지를 실천하도록 해줄까를 잠시 고민했다.
나는 아이의 철든 생각과 행동이 고맙고 자랑스러워 경신이를 칭찬하고 격려하며 지속적인 성장의 계기로 삼기로 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경신이 앞에서 아내에게 오늘 한 경신이의 결정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를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경신이 생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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