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5. 30(금)
Z가 갑자기 회의를 하자며 과장들을 불러모으며 나도 불렀다.
회의석상에서 처장으로부터 들은 여러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더니 사업소장 업무출장제도와 관련해서 보고서를 누가 어떻게 진행하였는지를 물었다.
S가 사장이 결재(✔표시)한 문서를 가져다주었다.
내가 만든 보고서다.
그걸 보더니 내게 버럭 화를 내면서 왜 사전에 자기한테 보고를 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마침 내 핸드폰이 울렸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한바탕 소란이 벌어질 뻔했다.
하마터면 나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뻔했다.
S과장을 통해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이 부실해 처장이 짜증을 내며 일부러 나한테 다시 작성해 달라고 한 내용까지 그에게 이야기할 뻔했다.
그러면 그나 S과장이나 모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직접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도 그동안 가슴에 나에 대한 불만을 쌓아놓고 있는 듯하다.
사실 그가 나에 대하여 쌓아놓은 불만은 그 스스로가 마음 속에 지닌 욕심에서 기인한다.
그 욕심은 내게도 그가 가진 불만 이상의 아픔을 동시에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자기만 생각하고 남은 눈곱만큼도 배려할 줄 모르는 근시안적 이기주의에 그 원인이 있다.
과장들과 함께 저녁 회식 장소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었다.
“나를 얼마나 더 비참하게 만들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남들이 나를 보고 뭐라고 하겠나!
부장 승진했다면서 같은 부장 뒷꽁무니나 쫓아다닌다며 우롱할 것 아닌가!
거기다가 일거리가 생길 때마다 나랑 헤게모니 싸움하면서 혹시라도 내가 자기를 바이패스 하지 않나 매사에 좌불안석 노심초사하고 있다.”
****************
그런 Z가 처장님과 저녁 약속을 한 모양이다.
옥돌집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잔을 나누었다.
Z가 처장님과 C부처장, K팀장과 JJ과장, KNS를 함께 초대해서 술을 한 잔 사는 자리다.
농반진반으로 S에게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는지 꼭 확인해 보라”고 했다.
그가 술이나 밥을 먹고 그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sarcastic 하게 표현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Z는 한잔 들어가더니 예외 없이 해롱거리다가 그 특유의 가벼움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노래방으로 안내하고 거기서 한 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게 했다.
Z는 홀딱 벗고 먹는 술집이 있다며 거길 가자고 모두를 잡아 끌었다.
가봤자 바가지만 쓸 거라는 걸 뻔히 알기에 그의 제안을 거절하며 가고 싶으면 다른 과장들하고 같이 가라고 했더니 과장들도 나의 거절에 힘입어 모두 그냥 귀가하겠다고 했다.
술을 더 찾는 그를 그냥 보내고 나는 걸어서 집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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