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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604 나의 시대를 여는 서막

by 굼벵이(조용욱) 2022.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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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6. 4()

어제의 공모제 관련 검토서를 처장님께 보고하기 위하여 처장님 방에 가니 처장님이 아직 출근 전이시다.

잠시 기다리는 중에 사장실에서 핫라인 전화가 걸려 왔다.

뭔가 급한 일이 생긴 모양이다.

Y를 바이패스한 채 진행하는 보고서여서 혹 그에게 들킬까봐 그의 눈을 피해 얼른 내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잠시 앉아있으려니 처장님이 나를 호출한다.

가보니 인사이동권 위양과 관련하여 지나치게 하부 위양 했다고 사장이 노발대발했다는 것이다. 

하부 위양된 인사권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를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내 자리로 돌아와 Y에게 이 사실을 설명하고 과장들 협조를 구했다.

처장님은 다시 우리를 처장실로 소집하여 그 취지를 설명하였다.

나는 그때부터 곧바로 보고서 작성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언제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식의 전광석화 같은 스타일의 작업을 좋아한다.

급하게 머리를 돌려 문제점이나 이유, 필요성 목적 따위를 구성하며 적절한 꾸밈말과 논리를 생각해 내는 데는 사실 많은 시간과 어려움이 따른다.

그럴 때를 대비해 나는 보고서가 지시자의 구미에 맞게 하기 위하여 지시자가 지시 중에 언급하는 단어나 어휘를 잡아내어 수첩에 일일이 적는 습성이 있다.

그런 내게 처장님은 큰일 낼 놈이라고 하셨다.

나는 그냥 피식 웃으면서

자꾸 잊어먹어서요하며 얼버무렸지만 그건 내가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암튼 보고서 작성작업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되어 오후 2시 경에 거의 완성되었다.

보고서가 거의 끝나갈 무렵 처장님이 귀신같이 알고 내게 전화를 했다.

처장님 지시에 따라 그의 구미에 맞도록 몇 가지를 수정하고 나니 처장님은 나로 하여금 전무님께 직접 보고를 드리도록 했다.

부지런히 보고서를 재정비하여 전무님 방으로 가 브리핑했다.

내가 예상한대로 처장님은 내가 전무님께 보고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자리에 앉으셨다.

전무보고가 끝난 후 전무님이 요청하신 문구 수정 의견을 정리하여 처장님께 드리니 처장님이 사장님 보고를 위한 요약본을 만들어달라고 하셔서 이를 만들어드렸다.

오후 그 늦은 시간임에도 처장님 입에서는 술 냄새가 풀풀 풍겨왔다.

도대체 전날 얼마나 많은 술을 드셨는지...

그런 와중에도 사장님 방으로 가서는 차질 없이 보고서에 대한 결론을 내어 오셨다.

간부 작업실로 들어오셔서는 사장 방에서 있었던 일화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

결재 과정에서 사장과 이야기를 나눌 때 모든 것이 당신 뜻대로 잘 풀려나가자 기분이 엄청 좋았던 듯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 방으로 가시면서 전무님이 지시하셨다고 하시면서 내게 나의 업무 분장 사항에 대하여 내일 아침 보고를 해달라는 주문을 하셨다.

저녁을 시켜 먹고는 곧바로 보고서 작성에 들어가 저녁 10시까지 보고서를 만들었다.

아내가 어제 친정 할머니 제사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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