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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616 제도는 아무나 만드나

by 굼벵이(조용욱) 2022.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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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6. 16()

아침 출근길에 740분경 엘리베이터 앞에서 처장님을 만났다.

그는 KNS 차를 타고 출근을 한다.

KNS는 인사처 노조 지회위원장인데 88년 경 처장님이 보임부장으로 재직 시절에 직원 인사담당을 했었고 나는 간부 인사담당을 했었다.

85. 4.12일에 우리는 함께 인사처 보임부로 전입했다.

그 인연으로 KNS는 졸지에 노조 위원장이자 출퇴근 전속 기사가 돼 버렸다.

처장님은 근무평정 평정권자와 관련하여 1인평정시 소속분리 평정에 대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방안을 놓고 지난 토요일에 내게 재검토 지시를 하면서 월요일 아침 9시까지 해결방안을 가져오라고 했었다.

출근하자마자 KYB랑 이에 관하여 토론을 벌이는데 8:30분에 정확히 전화벨이 울렸다.

30분간의 토론 동안 KYB는 계속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처장 방에 가서 원하는 답이 없다고 30여 분간 둘이 신나게 터졌다.

그는 화가 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심하게 신경질을 부린다.

전에는 그의 그런 모습에 기가 죽고 마음이 상했지만 지금은 많이 노련해져서 오히려 그런 그가 가련한 느낌 마저 든다.

그의 그런 습성을 잘 알기에 처장님 생각을 몰라 그랬으니 다시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해 오겠노라고 어르듯 조금은 능글맞게 이야기하고 사무실로 돌아와 KYB에게 그가 원하는 대안을 만들어 주었다.

나의 해법을 보고서야 처장님이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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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장님은 또 나를 불러 경영혁신위원회에 전무를 대신해서 당신이 참석하게 되었는데 이를 검토해 달라고 내게 한 뭉텅이의 서류를 던져놓았다.

수십 가지의 쓰레기 같은 제안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전무들이 모여 회의를 한다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사장이 시켜서 하는 일이지만 사실 사장이 바뀔 때마다 계속 반복되어 이런 일들이 있어왔다.

처장님이 준 서류 거의 전부가 회사 경영혁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들로 자기에게 유리하게 제도를 바꾸어달라고 요구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전문가인 입장에서 개인이 아닌 회사의 미래를 기준으로 바라보면 가치 없는 개인적 푸념이 대부분이다.

그런 걸 심의한답시고 전무들이 앉아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다.

경영혁신은 그런 회의를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야 옳다.

때로는 아이디어 공모도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인사제도에 관한 한 그런 과정은 불필요하다.

전문적인 경험이 없는 사람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제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제대로 된 개선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적 여건이나 이해관계, 제도의 변천 과정 따위를 제대로 이해한 뒤에야 어느 정도 적용 가능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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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KYB가 삼겹살을 제안했지만 마침 C부처장이 부사장을 모시고 처장님과 함께 가자고 해 만나에 가서 저녁을 같이 했다.

P부사장과 P부처장 그리고 K처장, C부처장, KR팀장과 L과장 그리고 나까지 7명이 식사를 같이 했다.

만나 여사장이 부사장 옆에 찰싹 붙어 승진을 축하한다며 복분자주를 비롯해 좋은 술 서너 병을 내놓았다.

K처장은 P부처장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내가 함께 가면 안 되냐고 했더니 P부처와 둘이서만 할 이야기가 있다며 둘이 부지런히 앞쪽으로 걸어갔다.

낌새로 보아 nyx로 가는 듯했다.

C부처장은 남겨진 우리에게 어디 가서 맥주나 한 잔 더 하자고 했다.

나는 그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를 노래방으로 인도하였다.

KR팀장은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므로 조금 못마땅해 하는 듯했지만 순순히 따랐다.

함께 어울려 정말 건전하게 한 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며 놀고 헤어졌다.

내가 택시에 동승하여 C부처장을 댁 앞까지 모셔다드리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