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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62526 밤샘일

by 굼벵이(조용욱) 2022.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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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6. 25() ~ 26()

아니나 다를까 처장님은 아침부터 나를 찾았다.

보고서가 어찌 되어 가는지를 묻더니 내가 오늘 밤늦게야 가능하다고 하자 실망해서 과장들을 소집시켰다.

한바탕 난리굿을 벌이고는 130분까지 보고서를 만들어 오라는 불호령을 내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뜩이나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데 산자부 담당관이 처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해외교육 자료와 장기근속자 우대방안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사장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을 자기들이 직접 챙기겠다고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꼴 못 봐주는 K처장이기에 그 전화를 받고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그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에 내가 기획처 Y부장에게 가서 이전에 산자부로 보낸 보고서를 full set로 받아다가 그가 요구하는 장기근속자 우대방안을 만들었다.

이제 더 이상 정부가 직급별 정원 통제를 해서는 안 되며 총액 인건비 산출에 필요한 총정원만 통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형태로 결론을 맺어 부사장까지 보고한 후 JJ과장을 통해 전달했다.

JJ과장에게는 해외교육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였기에 그 자료와 같이 보내도록 한 것이다.

***************

처장님과의 약속시간인 1:30분이 되었다.

비록 여기저기 짜깁기한 형태지만 거짓말처럼 자료가 시간 내 종합되어 처장님께 제출했다.

처장님은 그걸 다시 정리한 후 오후 4시부터 관련자 회의를 갖자고 했다.

회의 참석대상은 내가 선정하란다.

KM과장에게 자료에 대한 취합을 지시하고 가까스로 약속시간에 맞추어 자료를 완성해 회의를 진행했다.

처장님은 2시간 가까이 회의 참석자들과 공방을 거듭하더니 우선 초간고시 제도 개선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는 회의를 파하고 보고서가 그렇게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며 LJ, KY. SK, KT, KM과장을 불러들여 보고서 체제를 완전히 바꾸어 다시 만들도록 지시했다.

엄청난 노력이 수반되는 대작업이다.

그럴 것 같다는 생각에 어제는 일찍 (10:10)들어가 잠을 미리 보충했던 것이다.

우리는 온 밤을 꼴딱 새워가며 보고서를 만들었다.

내가 그 많은 보고서를 일일이 챙겨야 했으므로 무척이나 힘들었다.

차장들이 각각 분담해서 만들어 온 보고서는 하나 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걸 꼼꼼히 교정해 가면서 만든 보고서는 새벽 4시가 되어서야 끝이 날 수 있었다.

말이 교정이지 내 입장에서는 완전히 새로 쓰는 것과 같다.

나는 KY과장에게 각자의 보고서에 대한 취합을 부탁했다.

KM과장의 일 매무새가 너무 엉터리여서 KY과장에게 부탁한 것이다.

그 와중에 새벽 두 시가 되자 KM과장은 그 일이 자기 일이고 자기 일을 KY과장이 대신하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자기는 집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씁쓸한 표정으로 그를 보냈다.

새벽 4시에 KY과장을 집 앞까지 태워다 주고 440분경에 집에 들어갔지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1시간 정도 졸다가 일어나 샤워를 하고 7시에 출근하여 1시간 동안 다시 보고서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8시가 되자 처장 방에 불이 들어왔다.

나는 곧바로 보고서를 가지고 김처장에게 갔다.

그렇게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졌는데도 처장님은 불만족스러워했다.

기분이 확 잡쳐버렸다.

그사이 Y가 전날 감사와 함께 다면평가를 전문으로 한다는 교수랑 술을 한잔 마셨다면서 무슨 엄청난 정보라도 제공하는 듯 요즘의 상층부 기류를 얘기했다.

내가 보기엔 거짓말이 좀 섞여진 듯했지만 위기의식을 느낀 처장님은 곧바로 다면평가제 도입 관련 보고서를 30분 내에 작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어젯밤 한숨도 제대로 못 잔 나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한참 보고서를 만드는데 Y는 처장을 팔면서 급하게 어제의 자료를 한 부 뽑아달라고 했다.

마침 잠시 업무를 멈추고 인쇄 중이었는데 그런 나를 보고 급한데 왜 보고서는 안 만들고 딴짓을 하느냐고 한마디 하고는 자기가 직접 연필로 보고서를 만들어 와서는 김맹렬 과장에게 주고 타이핑을 시켰다.

나는 나대로 얼른 보고서를 만들어 들이밀었다.

처음에는 보려고도 하지 않다가 나중에는 내 것을 보고 보고서를 보강했다.

김처장은 우선 급하게 그걸 사장에게 들이밀어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엊저녁에 밤새워 만든 보고서는 사장에게 그냥 표지만 내보였단다.

사장이 그 보고서를 놓고 가라고 했지만 일주일 더 연구해 본 후 다시 보고하겠노라고 하고 나왔다는 것이다.

초스피드로 밤새워 그렇게 힘들게 만든 보고서는 결국 전시용으로만 쓰였고 처장은 일단 그걸로 만족해하는 눈치다.

 

잠을 못 자 비실거리는 내게 처장님은 왜 그렇게 힘이 없냐면서 기운을 내라고 한마디 했다.

다면평가 관련 보고서를 오늘 중으로 만들라는 주문도 함께 했다.

Y는 처장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상임이사 선임 관련 보고서까지 내게 시키려고 하였으나 김처장이 그건 Y가 직접 하라고 지시했다.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저녁까지 먹고 야근을 준비하는데 KM이는 눈치 없이 또 먼저 들어가야겠다고 했다.

그는 누가 직속상관이고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모양이다.

알면서 그런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몸이 너무 피곤해 9시 반경에 퇴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