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7. 5(토)
어제 조금 과음을 한 모양이다.
아침에 정말 일어나기 싫었다.
그래도 억지로 일어나 아침 일찍 출근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무얼 할까 망설이던 중 처장님이 나타나 직원들을 여성인력 팀으로 불러 모았다.
한 시간이 넘도록 쓸데없는 농담 따먹기를 하는 바람에 나도 어쩔 수 없이 나도 거기 끌려가 한담을 들어주느라 아까운 시간만 낭비했다.
그의 지론대로라면 나는 그 자리에 함께 있어선 안 되고 지위와 권위에 맞게 한걸음 물러서 있도록 했어야한다.
야전 지휘관 생활을 너무 오랫동안 해온 탓이 아닌가 싶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종잡을 수 없는 돈키호테식 발상이 많다.
쓸데없는 킬링타임이 지나고 점심시간 무렵에는 과장급 이상 직원 모두를 불러 모아 사다리 타기를 시켰는데 난 점심값의 10%를 부담하는 사다리를 선택했다.
우일관에서 점심을 기다리는 동안 그는 다시 엎어치기를 제안하며 사다리를 다시 했는데 그 바람에 LJB과장이 덤터기를 썼다.
처장님은 사무실을 계속 순시한다.
그는 거의 매일 사무실 구석구석을 다니며 안 보는 척하지만 직원 하나하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점검한다.
나는 마침 다면평가 관련 자료를 읽고 있었는데 내곁에 와서는 내가 뭘 읽고 있는지 까지 확인하고 소파에 앉아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 가셨다.
그런 면에서 그분의 지휘 스타일은 부장 시절이나 변함이 없다.
내가 직원 시절에 그를 부장으로 모시면서 많이 실망했던 스타일인데 처장이 된 지금까지 그 버릇을 못 버리신 듯하다.
KM과장에게 OPC 관련 보고서를 요구했는데 직원 C가 한 장짜리 검토서를 들고 쪼르르 달려와 내게 내밀었는데 그것은 보고서가 아니고 그냥 현황 자료에 불과했다.
꽤 오래전에 그걸 지시했었는데 그 모양이다.
도대체가 적극적이지 못하고 피동적이며 무언가 나서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는 생각이 없는 친구라 너무 짜증이 났다.
부장부터는 일보다는 사람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처장님이 해주셨는데 그 말이 너무나도 실감난다.
까탈스러운 처장 밑에서 살아남으려면 명졸을 구해야 하는데 KM를 포함하여 약졸만 포진되어 있다 보니 많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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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잠실에 들러 테니스를 하였다.
감사원의 HSJ국장은 나와 대학원 동창인데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연세대학원 동창생임을 이야기하며 몇 마디 말을 섞었다.
그가 산머루 와인을 한 박스 가지고 와서는 우리에게 한 병씩 나누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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