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812 죽은 제갈 산 사마를 쫓다

by 굼벵이(조용욱) 2022. 2. 18.
728x90

2003. 8.12()

직원 C가 보고서를 가지고 왔다.

C의 보고서는 그래도 K과장 것보다 나았다.

그나마 고칠 수 있게 써 온 것이다.

그녀는 실질적인 액션플랜 보다는 조금은 이상적인 계획 위주로 CTC 활용방안을 만들어 왔다.

그래도 고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고쳐보았다.

그건 상사로서 그녀를 위해 내가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친절이다.

고친다는건 자신과 상사의 관점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만일 본인이 수긍하고 인정한다면 자신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1인 평정 관련 보고서를 처장님께 내밀자 통계 작성의 시각이 잘못되었음을 또다시 지적하며 서류를 덮었다.

무언가 처장의 시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이를 주장하려다가 입을 닫고 그냥 실없는 웃음만 흘린 채 서류를 집어 들고 처장 방을 나왔다.

그는 아무리 상사가 잘못된 지시를 하더라도 그자리에서 곧바로 반박하지 말라는 교훈을 내게 준사람이다.

처장님은 내일부터 휴가를 다녀온다고 했다.

처장님이 다시 나를 부르기에 처장 방에 가보니 KY과장과 LJ과장에 이어 JJ 과장까지 함께 불러 교육정원 활용계획 수립을 지시하셨다.

죽은 제갈이 산 사마를 쫓는다더니 휴가를 떠나 자리를 비우면서도 잠시나마 부하직원이 편히 지내지 못하도록 과업을 맡기는 듯했다.

보아하니 이젠 내가 교육정원 문제까지 직접 도맡아 해야 할 것 같다.

처장님은 당신이 하는 우리처 모든 일의 수발을 내가 들어주길 원하는 거다.

죽을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