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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827 왜 우리는 진실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보존해야 하나

by 굼벵이(조용욱) 2022.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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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8.27()

공무원들이 9.13일 샌드위치 데이를 휴무일로 정했다.

우리도 그렇게 하자며 처장님이 검토서 작성을 지시했다.

번갯불에 콩 볶아먹는 처장님 특유의 조급한 스타일 그대로 호들갑을 떠시기에 K과장에게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K과장을 잘 아는 처장님이 그걸 기다려줄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급하니까 나보고 직접 하란다.

순식간에 보고서를 만들어 드렸다.

처장님 특유의 성품 그대로 한 번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고서의 형태를 바꾸어 달라는 주문이 있었지만 간단한 한 장짜리 보고서였기에 군말 없이 당신 입맛에 맞게 고쳐드렸다.

어차피 당신이 직접 사장님께 가서 보고해야 하니 당신 원하는 대로 해 드린 거다.

 

노조 OWJ이 갑자기 도움을 요청했다.

알음알음으로 일용직으로 들어와 일하다가 상용원이 된 여직원 KBS(56년생)이 퇴직금 중간청산과 관련하여 일용직 근로를 계속 근로로 인정하여 퇴직금을 더 달라는데 자신이 아무리 설명해도 안 통하니 내가 직접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관련 서류와 규정의 변천 과정, 계약의 형태 퇴직금 계산 방식 따위를 준비해가서 그녀 자신이 지나온 과거의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당신의 과거사가 내가 설명한 내용과 다르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당신이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막무가내인 그녀를 보면서 마음이 씁쓸했다.

우리가 왜 진실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하고 그것들을 잘 보존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증명해주는 사건이다.

만일 내가 인사제도의 역사를 제대로 관리하고 유지 보전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잘못된 주장을 입증하지 못해 결국 퇴직금 조로 수십억원의 사손을 초래했을 것이다.

SWS과장이 전산 직군 채용 관련 서류에 처장님 협조 사인을 구하는데 힘들어 하기에 내가 도와주겠다고 하고 저녁에 남아 간단한 보고서를 만들었다.

다면평가 관련 검토서에 대해 노조가 의견을 잔뜩 달아 왔기에 노조 의견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만드느라 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했다.

오늘도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