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1023 용역사 관리나 와이프 관리나...

by 굼벵이(조용욱) 2022. 4. 7.
728x90

10.23()

오늘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여유가 있다.

어제 작성했던 사장 보고용 신입사원 연수계획을 처장님께 드린 것 외에는 특별한 일이 없었다.

대신 성과평가 관련 규정 공포에 대한 노조의 반발에 대하여 극비리에 사장께 보고하기로 하고 그 보고서의 초안을 만드는 정도의 일이 있었다.

 

O가 만나자는 전화를 했다.

그를 와인 삼겹살 전문점 등나무집에서 만났다.

그는 마지막 프로젝트를 끝내면서 인사치레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에 나를 만나고 싶어 했던 듯하다.

그런 그의 마음이 고맙고 기특해 내가 저녁을 샀다.

그가 소주를 2병 마시는 동안 나는 3잔만 마셨다.

그가 우리회사를 컨설팅하면서 느꼈던 사항을 포함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내게 무언가 성의 표시를 하고 싶은데 내 생각이나 태도가 완강해 마음의 부담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 부담을 갖지 않도록 내가 직접 그를 만나 같이 밥을 먹으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내가 밥값을 내자 그는 무척이나 당황해하며 미안해 어쩔 줄을 몰랐다.

940분경에 등나무집을 나와 전철을 타기 위해 함께 걸어가는 중에도 그는 마지막까지 미안해하며 나를 배웅해 주었다.

 

내가 집에 도착하자 아내는 그동안 굶주린 이야기가 하고 싶어 어쩔 줄 몰랐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오늘 있었던 그녀의 과거 직장동료 발령 난 소식하며 장마당 이야기에 정신이 없다.

10시가 넘었으므로 12시까지는 두 시간이 남아 있어 그 시간을 활용해 일을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거기까지 쫓아와 책상 앞에 앉아 오늘 그녀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설명한다.

그걸 모른 체 안 들어주면 삐칠 게 뻔하다.

그러니 컴퓨터는 켰지만 그녀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느라 아무런 작업도 할 수가 없었다.

남자는, 특히 나는 멀티 태스킹이 안된다.

어차피 오늘은 안되겠다 싶어 내일 아침으로 미루고 컴퓨터를 껐다.

안방으로 들어와 기억도 못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