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1121 지금은 충전 중

by 굼벵이(조용욱) 2022. 5. 16.
728x90

2003. 11. 21()

어제 OOO과장에게 성과측정 평가와 관련한 검토서를 오늘 좀 보자고 하였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화가 많이 났지만 참아 넘겼다.

겉으로는 나에게 복종하는 척하지만 내심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나는 잘 안다.

그는 지금껏 나를 만족시킬만한 보고서를 만들어 오지 못했다.

그가 쓴 보고서는 결국 내가 처음부터 다시 써야만 했다.

어차피 다시 쓸 것 그냥 처음부터 내가 검토해서 끝내버리고 말까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참기로 했다.

그는 그리 어렵지도 않은 보고서 하나 작성하는데 일주일 내내 계속 끌어가고 있다.

 

처장님이 조용하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다.

그분이 조용하면 무언가 불안하다.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즐기기로 했다.

KT과장과 KM과장을 불러 또 다른 과업을 배분했다.

KT과장에게는 지금까지의 인사제도 변천사 정비를 맡겼다.

처음 왔으니 공부 삼아서라도 해야 하는 일이다.

KM과장에게는 OO직군 폐지방안 검토를 맡겼다.

또 얼마나 질질 끌어댈지 모르겠다.

이달 중에는 내년도 업무계획 수립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 예상되어 자료수집을 위하여 월간 인사관리 책자를 읽기 시작하였다.

원래 월간 인사관리는 인사제도부서에서 정기 구독하던 것인데 지금은 Y가 다 빼앗아가 버렸다.

내게 배달되는 책자가 없어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에 Y 없는 틈을 타서 10월호랑 11월호 책자를 그의 책상에서 훔쳐다 읽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사이트를 뒤져 CEO Report 중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읽었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너무 오랫동안 새로운 지식의 충전이 없었던 터라 마음이 많이 불안하다.

잠시 내가 쉬는 꼴을 못 보는 K처장님이 또 '한가하게 책이나 읽는다'며 핀잔을 쏟아낼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다양한 지식의 축적을 통해 미래 예측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처장님이 엉뚱한 소리 하시기 전에 내가 먼저 선제공격에 들어가야 한다.

다음 주에는 사기조사 관련사항과 파견자 대책 그리고 성과측정 관련사항을 가지고 공격에 들어갈 생각이다.

공격이 최대의 방어다.

정신 못차리게 그냥 공격을 쏟아부어야 한다.

곧이어 내년도 업무계획도 마련하여 보고해야 한다.

어쨌거나 지금은 잠시 충전 중이다.

KT과장이 오늘 점심을 사겠다며 석산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석산집에는 OOO건설 OO부장(LHH)이 먼저 와 식사 중이었고 밥을 먹고 먼저 나가면서 우리 식사비까지 계산하는 바람에 오늘도 밥을 얻어먹었다.

나도 이러다가 X처럼 거지근성이 몸에 배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