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1. 28(금)
어제 올린 보고서에 대하여 처장님으로부터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그럴 때마다 사실 불안하다.
그냥 무언가에 몰입하다 보면 그런 불안이 누그러든다.
열심히 월간 인사관리 책자를 읽고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K과장에게 검토를 지시했지만 보고의 기미가 없는 OO직군 폐지방안을 그냥 내가 직접 검토하기로 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엊저녁에 지시한 간단한 자료수집마저도 오늘 하루 온 종일을 질질 끌면서도 결국 내게 보고서를 가져오지 못했다.
정말 답답한 사람이다.
도대체 무얼 하며 회사에 다니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을 고참이라는 이유만으로 승진을 시켜야 하는지 나로서도 의문이다.
S는 전날에 어디서 술을 퍼마시고 왔는지 떡이되어 아침 출근과 동시에 의자에 앉아 잠을 자더니 온종일 비실거렸다.
무슨 생각이 있는지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퇴근을 꺼려하길래 저녁식사나 하고 가자고 하였더니 좋다고 따라나섰다.
그가 순대국 집을 제안하기에 M과장과 Y과장을 데리고 가서 함께 먹고 내가 밥값을 내었다.
얼마 전 Y과장이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내가 먼저 퇴근하고 난 후 갑자기 과장들을 전부 소집시키더란다.
직속부하도 아닌 내 밑에서 일하는 M이나 T까지 소집해서는 반쯤 박살을 내었다고 한다.
과장 놈들이라고 저녁 먹자고 이야기하는 사람 한 사람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고문관 같은 내가 있으니 내 앞에서 그런 말을 지금껏 자제해 오다가 내가 퇴근한 틈을 타 내 지시를 받는 과장까지 싸잡아서 꼬질꼬질하게 뒤틀린 양심을 드러내 놓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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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집에 들어왔는데도 8시가 채 안 되었다.
소설책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를 읽기 시작하였다.
살면서 가끔씩은 소설도 읽어주어야 할 것 같다.
(20년 밖에 안 지났는데 그 책에 대한 기억이 왜 이리 생소할까...
인간은 언제나 경험과 기억에 의존해 살아가지만 그게 얼마나 위험한 삶의 방식인지 쉽게 알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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