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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106 등골에 치명상을 입던 날

by 굼벵이(조용욱) 2022.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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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 6(화)

Y 송년회를 하는 날이다.

내가 잠깐 L과장 사무실에 들렀을 때 L는 Y가 승진보임해 가면서 그래도 술 한 잔 사고 가지 않겠냐고 했다.

나는 천부당만부당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 두 해 경험한 것도 아닌데 바랄 걸 바라라고 했다.

KY과장이 여주인이 고향사람이라고 자주 가는 녹경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술이 순배를 거듭하며 1차를 마감한 뒤 Y는 K처장을 포함해 우리를 단란주점 카마로 안내하였다.

카마는 옛 아방궁의 후신으로 비싸기로 소문난 집이다.

처장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엎어져 술 취한 척하기 시작했다.

그는 술 한 잔 안마시고 계속 엎드린 자세로 L만 찾았다.

L과장에게 연락하여 곧바로 거기(카마)로 오라 했지만 그의 도착이 계속 늦어져 K처장이 기대어 잠을 편히 잘 수 있도록 내 어깨를 내어주었다.

나도 술기운에 그에게 무언가 낯간지러운 귀엣말을 지껄인 것 같다.

시간이 좀 지나자 L이 PJ와 함께 도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내 어깨에 기댄 채 자는 척하고 있었다.

직급이 깡패라더니 이양반 정말 함께 술자리 하기에는 몹시 불편한 분이다.

내가 보기에는 Y와 술 마시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취한 척 하는 것 같았다.

KR부장도 가세하여 그를 계속 설득하였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고 계속 취한 척했다.

양주 2병을 비우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내가 K처장을 모셔다 드리기로 하고 집을 나서는데 Y가 나를 불러 술값을 계산하라고 했다.

자기가 승진턱 내기 위해 술 마시자며 데려와 놓고는 나보고 계산하란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피가 거꾸로 솟았다.

주인에게 내 카드를 맡기며 술값을 물으니 105만원이라고 했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내가 내 카드를 내밀자 K처장은 살짝 눈을 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해도 너무한다며 Y 욕을 했다.

K처장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태운 뒤 '여기서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들어가야 사모님한테 혼나지 않는다'고 단단히 일렀다.

그 뒤 나는 KR 집 앞으로 가서 그와 함께 양주 작은 병 하나를 더 마시면서 Y 욕으로 입을 더럽혔다.

KR과 나를 이간시키기 위하여 이번에는 OOOO팀 차례이니 내 대신 C를 승진시켜야겠다고 했다고 Y가 내게 이야기를 하더라고 했더니 그는 자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펄펄 뛰었다.

나는 이미 1순위로 예정된 것으로 보고 2순위로 하나 더 추가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이야기만 했다.

나 역시 그렇게 알고 C가 승진되게 하기 위하여 무척 노력했었다.

이제 모든 술자리를 자제하고 본연의 임무인 전문성을 확보하는 자세로 돌아가야겠다.

매사가 뒤죽박죽인 듯한 느낌이다.

나중에 와이프한테 들은 이야기지만 술이 떡이 되어 들어와서는 밖에서 딸 하나 나아가지고 와야겠다며 헛소리를 했단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그 땐 비일비재했다.

우린 그렇게 살아가면서도 누구에게도 이런 사실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

난 그냥 바보처럼 살아왔다.

그런 바보들이 우리공장엔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