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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119 술이 떡이 되어 나눈 첫사랑 이야기

by 굼벵이(조용욱) 2022.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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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9(월)

K처장이 우리 사무실로 와서는 KS에게 저녁밥을 사주겠느니 어쩌니 하면서 농을 건다.

내 판단으로는 오늘은 소주 한잔이 생각나고 저녁 약속도 없다는 간접 표현처럼 들렸다.

저녁 무렵 처장방에 들어가 저녁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그는 계속 뭉그적거리더니 못이기는 척 옥돌집을 제안했다.

그래서 OOOO팀 식구들을 데리고 가서 저녁을 함께 했다.

K처장은 술을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다.

K처장을 보내고 우리는 다시 호텔 스탠드바에 갔다.

거기서 맥주 한 병과 데킬라 한 잔씩 마셨다.

내가 술값을 지불하려 하자 L과장이 술값을 내어버렸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KT과장이 3차를 제안했고 우리는 그가 이끄는 조용한 카페에 가서 위스키 작은 병 하나를 마신 뒤에야 헤어졌다.

KT과장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내가 술값을 내려하자 엄청난 고집을 부리더니 결국 마지막 차수의 술값은 자기가 계산하고 택시비 까지 주머니에 질러 넣어 나를 보내주었다.

나는 사실 그런게 싫다.

다 똑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서로 힘겹게 살면서 차비가 없으면 모를까 상사의 주머니나 차 안에 택시비를 넣어주는 문화가 너무 싫다.

나도 과장시절에 상사에게 수없이 그래왔지만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 기분이 찜찜하다.

그게 싫어 극구 거절하고 사양했지만 황소같은 그의 고집을 꺽을 수는 없었다.

 

오늘도 술이 떡이 된 것 같다.

마지막 술집에서 K는 남자친구 전화를 받고 먼저 나갔던 걸 기억한다.

KT 과장과 PJ 나 셋이 남아 양주를 마시며 첫사랑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살아있다.

첫사랑을 이야기할 때 나는 늘 OO를 떠올린다.

OO가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으련만 지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금년 명절에는 그녀의 본가를 한번 다녀와야 할 것 같다.

OO 어머님은 혹시 돌아가시진 않았는지 모르겠다.

OO 아버지는 이북에서 넘어와 난민촌에서 독하게 일하시다 돌아가셨다.

이북에서 피난 와 독하게 일하며 꽤 많은 농토를 마련해 남부럽지 않게 사셨는데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너나할것 없이 모든 삶이 끊임없는 갈등의 연속이다.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사랑인데 그게 쉽지 않다.

세상의 모든 이가 같은 생각으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면 지옥은 천국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데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유전자가 우리를 생존을 위한 경쟁으로 내몰다보니 승자든 패자든 점점 사랑에서 멀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