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23(월)
처장님은 어제도 얼마나 많은 술을 드셨는지 입에서 술 썩는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아침 일찍부터 내게 진정사건의 경과를 물어왔다.
KY노무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의 진도를 되물었다.
진정사건은 근로감독관 KSC가 검찰에 낸 기소의견에 대하여 검찰로부터 재조사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고 검찰에도 이미 손을 써 놓은 상태여서 검사 스케쥴만 문제 될 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그대로 보고하였다.
처장님은 이 문제를 놓고 전무님과 불화가 있는 모양이다.
그는 전무님이 이 사건을 너무도 쉽게 생각한다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거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미 자신이 착수금까지 사비로 선납하고 진행하는 사건이어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데 전무님이 그 중요성을 모르고 가볍고 쉽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오늘 저녁은 KM지점장과 KW부장을 보기로 했다.
오늘은 원래 노무처장이 전무님을 모시고 관리본부 처장들과 회식을 갖는 날인데 우리 처장은 노무처장도 맘에 안 들고 그런 자리도 참석하고싶지 않아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궁리 끝에 핑계를 댄 것이 이 진정사건과 관련된 인물을 만나러 간다는 것이다.
오후 다섯 시가 좀 넘자 처장님이 바로 자리를 뜨셨으므로 나는 퇴근시간에 맞추어 K부장과 과장 6명을 데리고 사당 전철역 옆에 있는 어도라는 횟집에 갔다.
KM지점장의 입담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그는 옛날 우리들 신입사원 시절에 있었던 재미있는 일화들을 엮어가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2차로 노래방을 안내해 우리는 거기서 한 시간 가량 놀았다.
매일 같은 노래를 부르려니 식상해 요즈음은 노래를 부르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
그래도 분위기를 위해서 억지로 노래하다보니 별로 흥도 나지 않고 노래도 잘 되지 않는다.
어느샌가 KM지점장에 이어 K부장이 몰래 자리를 떴고 나만 홀로 남았는데 JI총무와 KW부장이 나의 귀가를 극구 말리며 한잔 더 해야 한다고 해서 우리는 그들이 자주 찾는 꼬질꼬질한 주점에 들렀다.
거의 할머니가 다 된 주인 아줌마와 함께 노래와 춤을 억지로 즐기다가 자리를 일어서서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왔다.
몸은 몸대로 상하고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는 이런 밤 문화는 이제 청산되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함께하는 분위기도 그렇고 알코홀이 뇌를 마비시키면서 그래야 한다는 생각들을 잊게 만들기 때문이리라.
조직인은 늘 그렇게 조직의 룰에 구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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