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2.20(금)
K부장이 K과장에게 바람을 넣어 OO직군 사람들로 하여금 술을 사게 했다.
수궁에서 만났는데 수궁은 기생집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밥도 먹고 그 자리에서 춤추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개량형 술집이다.
아가씨들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손님 옆에 앉아서 술과 식사 시중을 드는 고급 술집이다.
난 이런 고급술집에 가면 마음이 불안해 싫다.
내 옆에서 술시중을 들던 아가씨가 아마도 그 집에서 가장 예쁜 아가씨 같다.
하지만 예쁜 여자는 항상 그 값을 한다.
(나는 내 체형에 맞는 수더분한 아가씨를 좋아한다.)
얼굴이 반반한 여자는 인기가 좋고 단골이 많아 이사람 저사람 불러대 자주 자리를 비워 서비스가 부족하거나 제대로 놀지도 못한다.
내 차례가 왔을 때 오승근의 “있을 때 잘해” 노래 한 곡조 부르며 못추는 춤 한번 억지로 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OO부장은 대구OO에 있다가 지난번 3직급 발령에 본사로 온 초임이다.
이름을 기억할 수 없었지만 그는 나이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사람이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아니지만 마이크를 안 놓으려 할 만큼 좋아하고 무슨 분야인지는 모르나 박사학위까지 가지고 있다.
그쪽에선 P과장과 L과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우리는 KB와 LJ, KW 과장이 자리를 같이하였다.
헤어지는 자리에서 L과장이 차비를 내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극구 사양했지만 주머니가 뜯어지도록 완강하게 밀어 넣어 어쩔 수 없이 받아 넣었는데 LJ과장이 내게 또 차비를 넣어주며 K부장을 모시고 가란다.
나도 교통비를 받았다며 굳이 안받으려 했는데 제 부장에게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L과장의 강권에 지고말았다.
K부장과 함께 집으로 향하는데 택시 안에서 K부장은 S과장에게 전화를 했다.
결국 잠자리에 든 S과장을 불러내어 술집을 찾았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다가 자기들이 아는 여자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더니 내가 졸고 있는 사이 그녀를 불러내었고 그들 둘은 그녀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술자리에서 술이 취해 꾸벅꾸벅 졸고 있는 데에다 내가 여자를 그리 밝히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K부장이 그냥 집으로 들어가라며 나를 떼어놓은 것이다.
나로서는 천만 다행이다.
암튼 오늘도 많은 술을 마셨다.
(내게 차비를 건네던 그 L과장도 20년 가까이 지난 어느 시점에 나와 권력의 기울기가 역전되자 내 등에 칼을 들이댔다.
우리와 자리를 같이 한 것에 대해 그동안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있지 않았나 싶다.
잘나갈 때 교만 떨면 반드시 상응한 대가를 치룬다.
나는 그저 조심하며 숫가락 하나 더 얹은 사람이지만 K부장의 행동이 곧 내 모습과 동일시 되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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