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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429 재수없는 날

by 굼벵이(조용욱) 2022.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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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4.29(목)

살다보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이 엄청 꼬이는 경우가 많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한수원 K부장이 다가와 자신의 전적발령을 내도 좋다고 한다.

L 에게 전적발령 준비를 시켰다.

KT 과장에게는 노조와 파견자에게 해고 예고하는 공문을 기안하도록 지시하였다.

주 40시간 근로에 따른 휴가 축소 방안까지 포함하여 보고서를 5가지 정도 준비하여 처장실을 찾았다.

처장은 한수원의 관리전무 K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영문을 모르는 김전무가 K부장 전적 관련 사실을 알지 못하고 깜짝 놀라더라는 것이다.

나는 아마도 K전무가 K부장으로부터 아직 보고를 받지 못하여 그렇게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까지 이야기를 하였다.

여기에서 문제가 터졌다.

사실인 즉 한수원 노조가 들고 일어나 전적발령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한전 사장과 면담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나는 졸지에 처장에게 거짓말을 한 폭이 되었다.

이번에는 노조의 J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전 노조위원장이 한수원 노조 위원장을 만났는지를 확인하였다.

J는 한수원 노조와 만나기는 하였는데 한수원 노조위원장이 먼저 사장실에 들어가 면담을 하는 바람에 한전 노조위원장이 화가 잔뜩 나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 사실을 곧바로 처장에게 보고하였다.

처장은 사장실 K과장에게 확인해 보라고 지시하여 K과장에게 전화를 하니 한전노조위원장과 한수원 노조위원장이 함께 3분에서 5분 정도 사장실에 들렀다가 나왔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거다. 

이번에는 다시 J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위원장을 찾아가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으며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아보라고 하였다.

J국장은 자기가 어떻게 위원장님에게 가서 그걸 알아볼 수 있느냐고 난색을 표하다가 나의 간곡한 부탁에 못이겨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위원장을 통하여 나온 사실을 종합하여 처장에게 들어가 보고를 했다.

보고를 받은 처장 왈

“너는 다 좋은데 사실 만을 이야기 하지 않고 네 생각을 보태서 이야기 하는데 문제가 있어.

쉽게 이야기해서 네가 사실 대신 소설을 쓴다는 거야.

상대방이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사실만을 이야기 하여야 하고 상대방이 묻거나 자신의 의견을 꼭 이야기 하고 싶을 때 자기 의견을 이야기 하는 거야”

라고 하면서 따끔하게 충고했다.

난 할말이 없었고 잘못을 시인하였으며 그간 일어난 경과를 이야기하고 일어섰다.

처장은 또 변호사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변호사 이야기를 듣는다고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그는 정리해고 관련 문서를 덮으면서 변호사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말 짜증이 났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변호사 의견을 들어왔고 더이상 들을 의견도 없다.

억지로 노무법인하고 법무상담 계약까지 맺어놓은 상태에서 변호사에게 또 억지로 짜낸 질문 따위를 하면서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가 정리해고를 미루기 위하여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동안 그가 보여준 행태를 통하여 내가 판단하기에는 자신이 처장으로 재직하는 기간동안 정리해고의 진행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차라리 다른 이유를 대든가 쓸데없이 불필요한 변호사 의견을 계속 들을 이유는 없어보인다.

짜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