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4.26(월)
OO실 S과장이 전화를 했다.
파견자 J이가 낸 진정서에 대한 처리 내역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S과장에게 오늘 저녁에 그녀를 만나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후 처리내역을 통보해 주겠다고 했다.
J가 그동안 여러 차례 술 한 잔 하자고 했지만 이런 저런 일들이 생겨 만나지 못했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저녁에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더니 무척 반가워하면서 흔쾌히 응했다.
KT과장과 함께 그녀를 데리고 꼼장어 집으로 갔다.
지난번에 처장과 함께 먹어본 장어가 정말 맛이 있었으므로 거기로 가서 한 잔 하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내가 따라주는 대로 술을 넙죽 넙죽 잘 받아먹을 뿐만 아니라 이리 저리 좌로 돌아가는 잔, 우로 돌아가는 잔을 돌리기까지 했다.
조잘 조잘 말도 참 잘했다.
그녀의 말 속에서 그녀도 곧 전적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감지해 낼 수 있었다.
술이 계속 이어졌다.
아마도 셋이서 다섯 병은 족히 마신 것 같다.
내가 그녀에게 안주를 쌈 싸주자 그녀는 내 손가락까지 핥아가며 잘 받아 먹었다.
거기다가 자기가 나에게 안주를 싸준다면서 제 입으로 고추를 잘라 쌈에 넣기도 하였다.
그녀는 부모 없이 시골 남원에 남아있는 동생들 뒷바라지 까지 하는 착한 언니고 누나다.
내가 술값을 계산하려 하자 그녀는 내 카드를 빼앗아 자기 수첩에 집어넣고는 자기가 계산해 버렸다.
내 카드를 달라고 해도 줄 생각을 안했다.
거기다가 택시를 잡아 나를 태우고는 만 원짜리 한 장을 꼬깃꼬깃 접어서 택시비라며 넣어주기까지 했다.
카드도 걱정되고 비까지 졸졸 뿌려대 별로 좋지 않은 날씨지만 그녀와 순수한 마음을 교감해서 그런지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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