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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611 혼자 삐쳐서 그림자처럼 사라진 처장

by 굼벵이(조용욱)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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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6.11(금)

아침 일찍부터 단협 및 주 40시간 관련 회의에 대한 보고서를 재점검하여 처장에게 보고하였다.

처장은 어디서 먹었는지 술이 떡이 되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껌벅이며 소파에 눕다시피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

내가 들어가 보고하자 일어나 앉으며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듯 올리기 힘든 눈까풀을 억지로 힘들게 들어올려 보고서를 읽었다.

K부장 말대로 요즘은 K부장이나 L과장과도 삐쳐서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더니 아직도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신입사원 입사식 뒤풀이 하는 날 많은 사람들이 같이 술먹다가 모두들 몰래 몰래 빠져나갔다고 화가 잔뜩 나 독설을 퍼붓다가 2차로 '마그마'에 가서는 계단에서 한바탕 구르고 난 뒤 삐쳐서 혼자 그림자처럼 사라졌었다.

K부장과 L과장이 사라진 처장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다 결국 포기했던 사건이 발생한 이후 김처장 얼굴이 계속 부어있다.

말도 잘 안 섞으려 한다.

 

JS부장이 주 40시간 근로제 관련 보고서를 쓰는데 단협 관련사항에 대한 보고서는 내가 써주기를 바랐으므로 오전 내내 서류를 다시 수정하여 정부장에게 가져다주었다.

그의 간곡한 부탁으로 노무처장 방에 들어가 관련사항에 대한 설명까지 예쁘게 끝마치고 처장 방에 가서 제출된 서류까지 첨부하여 그 사실을 다시 한번 보고하였다.

JS부장이나 LY과장이나 모두 흡족해 하는 눈치다.

그들은 노무처장의 고정관념을 쉽게 깨부수지 못한다.

노무처장은 노무업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서도 고집이 세어 주변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다.

그러나 내가 나타나 조목조목 꼬집어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자 내게 두 손을 들고 글자 하나 바꾸지 말고 내가 만들어 준대로 하라고 JS부장에게 지시하였다.

 

오늘 CS이 송별식이 있는 날이다.

아이가 계속 아프다고 보채자 그녀는 차라리 아이 기르기에 전념하겠다며 휴직계를 낸 것이다.

아침에 우리 부 회의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사랑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그녀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랑은 연습이 필요하고 반드시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