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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708 그땐 개인카드로 공동경비를 집행한 경우도 많았지...

by 굼벵이(조용욱) 2022.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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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7. 8(목)

처장은 아침에 출근도 못한 채 회사 밖 사우나에서 K과장과 L과장을 불러내었다.

요즘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시며 허구한 날 툭하면 부장이나 과장들 불러놓고 자기합리화를 시도한다.

어찌보면 술을 깨기 위해 부하직원들을 불러놓고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는 듯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업무지시처럼 느껴져도 사실상은 작취미성 상태에서 술이 취해 나오는 일종의 꼬장이다.

오후 1시 40분에는 여의도 국회로 출발하였다.

임시국회에 사장님을 보좌하기 위하여 KW부장과 함께 회사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갔다.

이번 임시국회는 별로 어렵지 않게 끝났다.

우리 회사에 대하여는 배전분할 외에 커다란 이슈 없이 모두들 조용하게 질문이나 질책의 강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도 사장은 다시 한번 3직급 승진 권한위양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L부처장이 같이 가자고 해 그 차를 타고 왔다.

회사 앞 이남장에서 저녁을 먹으며 소주를 거의 한 병 이상 마신 것 같다.

L부처장이 NS과장까지 불러내었으므로 자리를 함께 하였다.

사무실에 들어와 보니 감사원에서 질문서가 와 있었다.

파견자에 대한 정리해고 절차를 늦춘 사유에 대한 해명을 하라는 것이다.

파견연장기간이 길어지며 그동안 계속하여 인건비 관련 부가세만 물리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하라는 것이다.

정말 바보 같은 놈들의 바보 같은 질문이다.

울화가 치밀었다.

거기다가 H과장은 감사반장으로부터 전문원 인원증가에 따른 원인분석을 해 내라는 주문을 받았고 그 자료를 구하기 위하여 내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매사가 점점 꼬여간다.

그래도 요즘은 조금 나은 거다.

작년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심각하게 꼬여갔었던가!

처장이 영화감상을 마친 후 사무실에 들어왔으므로 국회에 다녀온 것부터 감사원 감사 이야기까지 브리핑을 하였다.

처장이 밥을 안 먹었다고 해 K부장과 나는 그를 모시고 부산갈비 집까지 가서 그가 식사하고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다 다시 회사로 들어왔다.

K가 자기는 법인카드를 안 가지고 있단다.

나도 안가지고 있다.

그동안 내가 내 개인 카드로 지금까지 처장과 밥을 먹고 한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머리가 잘 돌아가고 계산이 빠른 그가 그동안 내가 내 내인 카드로 공동경비를 집행한 금액을 내게 정산해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진행 중인 보고서에 관하여 묻는 내 말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하는 그의 태도도 오만불손하다.

그가 힘들어하는 것은 나도 잘 안다.

그러나 내가 어디 놀면서 그러고 있는가!

무조건 부하직원을 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옳고 그름을 정확히 판단하여 때로는 질책하며 자기 궤도에 들어서게 해주는 게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